“적성에 맞는 것 같다” 삼성 구자욱이 주장으로 사는 법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4-03-26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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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주장은 구자욱(31)이다. 지난해 8월 오재일(38)로부터 주장 완장을 넘겨받아 2023시즌 막판 선수단을 이끌었고,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책을 맡았다.

주장은 쉽지 않은 자리다. 개인과 팀 성적을 챙기는 동시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주장으로 임명된 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시즌 도중에도 다른 선수에게 배턴을 넘기는 일도 있다. “주장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구자욱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구자욱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뒤 줄곧 사자 유니폼만 입고 있다. 1군에 데뷔한 2015시즌 신인왕을 거머쥐며 한국시리즈(KS) 무대까지 밟아봤지만,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2021시즌을 제외하곤 가을야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119경기에서 타율 0.336(453타수 152안타), 11홈런, 71타점의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팀은 8위(61승1무82패)에 그쳐 아쉬움이 몹시 컸다. 그가 ‘팀 재건’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자욱은 “일단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박진만) 감독님께도 요청했다”며 “나 역시 선수들에게 ‘더 즐겁게, 재미있게 하자’는 분위기를 강조하며 솔선수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 구자욱.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10개 구단 주장들 가운데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 다음으로 젊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삼성에선 중고참급에 속한다. 과거에는 어리다는 이유로 선수들을 결집하는 역할을 망설였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는 “예전부터 그런(주장과 같은)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동안 나이가 어리다고 계속 핑계를 댔다. 이 팀에 오래 있었고, 많은 경기를 나간 만큼 솔선수범했어야 한다. 이제는 그 역할을 해도 되는 위치에 있으니 최대한 많이 할 것이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 번 더 다가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장 예찬론’에 그의 책임감이 녹아있었다. 구자욱은 “주장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잘 안 될 때 질책하지 않는 게 팀에도, 개인적으로도 좋다고 본다”며 “안 좋을 때 내색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감정 컨트롤을 더 잘해야 한다고 느끼니 안 좋은 것들은 빨리 잊게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낫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볼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재미있게 야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장 구자욱이 7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앞장선 덕분에 삼성도 23, 24일 KT 위즈와 개막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새 시즌을 여는 구자욱과 삼성의 발걸음이 가볍다.

강산 스포츠동아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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