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100% 피해자 일까? 기자회견 전문 들여다보니…

입력 2024-03-26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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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지금은 해고된 전담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및 절도 의혹에 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각)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21일 ESPN 보도로 처음 불거진 이번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가 미리 준비한 서면을 일본어로 읽으면 임시 통역사가 영어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약 17분 간 진행됐다.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번 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오타니가 불법도박에 연루’ 됐는지 아니면 ‘완벽한 피해자’인지 여부다.

전자의 경우 오타니는 법적 처분과 함께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후자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현지에선 오타니가 통역사를 통해 직접 스포츠 베팅을 한 것 아니냐는 등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즈하라가 하루만에 180도 말을 바꾸면서 음모론이 싹 틀 환경을 만들었다. 미즈하라는 처음 ESPN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자신의 불법 스포츠 베팅 사실을 알았으며, 선의로 450만 달러(약 59억 원) 규모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타니는 아무것도 모르며 자신이 몰래 오타니의 계좌에서 불법도박업자 계좌로 송금했다며 기존 발언을 철회했다. 다저스 구단 또한 처음엔 미즈하라의 말대로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고 수긍해 혼란을 키웠다.

오타니는 이번 일에 얼마나 개입했고, 돌아가는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을까.

지금껏 제기된 거의 모든 의혹에 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기자 회견 전문을 소개한다.

▼오타니 기자회견 전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선 여러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쁘고, 팀 관계자 여러분, 저도 그렇지만, 팬 여러분도 지난 1주일 정도, 힘든 한 주 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을 포함해 모두 참고 이해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 자신도 신뢰했던 분의 잘못이라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충격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도 있기 때문에 오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우선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또 오늘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정리한, 알기 쉽게 여러분께 전달하기 위해 정리한 메모가 있기 때문에 이걸 갖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뭔가에 (돈을)걸거나 누군가를 대신해 스포츠 이벤트에 베팅하거나,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하는 일은 없고, 제 계좌에서 북메이커(도박업자)를 대상으로, 누군가에게 송금을 의뢰한 일도 전혀 없습니다.

정말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제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게다가 제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한국에 있을 때 제 대리인에게 한 언론에서 제가 불법적인 도박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잇페이 씨는, 제게 ‘이런 취재 의뢰가 있다’라고 하는 것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제게 직접 그런 연락은 하지 않았습니다. 잇페이씨는 처음 제가 그와 이야기하다 알게 된 ‘어떤 친구의 빚을 (제가)대신 갚았다’라고 하는 식으로, 제 대리인을 포함해 모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다음 날, 추가인터뷰에서 잇페이 씨는 제 대리인에게 ‘빚은 자신의 것, 미즈하라 씨 자신이 만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그걸 내가 대신 내줬다는 얘기를 그때 대리인에게 했대요.

그리고 이것들은 정말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입니다.

잇페이 씨는 취재 요청의 건도, 저에게는 물론 전하지 않았고, 대리인들에게도 ‘나는 이미 그(오타니)와 이야기해, 소통하고 있었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박에 대한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의 (개막 2연전)1차전이 끝난 뒤 열린 팀 미팅 때입니다.

그 미팅에서 그는 전부 영어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그때 통역이 달려 있지 않고, 전부 영어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고, 왠지 이런 내용일 것이라는 것은 이해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는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그때 그는 나에게 호텔로 돌아간 뒤에 둘이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지금은 기다려 달라고 했고, 나는 그때 호텔에 돌아가서 (이야기해 주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치히라 씨가 도박 중독자라는 것을 미팅 때까지 몰랐고, 그가 빚을 지고 있다는 것도 그 미팅 당시에는 물론 몰랐습니다.

나는 당시 그의 빚을 갚아주기로 동의한 적이 없고, 도박업자에게 송금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허락한 적도 없습니다.

그 후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미즈하라 씨와 처음으로 그곳에서 이야기를 했고, 그에게 거액의 빚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는 그때 제 계좌에 마음대로 접속해 도박업자에게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저는 이건 이상하다고 느껴 대리인과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대리인들을 불러서 거기서 논의를 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제 대리인도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바로 다저스 직원들과 변호사들에게 그때 연락했어요. 다저스 직원들도, 제 대리인들도, 그때 비로소 거짓말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리고 변호사분들이 이건 절도와 사기이기 때문에 이건 경찰 당국에 넘기겠다는 보고를 했어요.

이것이 거기까지의 흐름이기 때문에 저는 물론 스포츠 도박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북메이커에 송금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없습니다.

솔직히 충격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고, 그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으로 지난 1주일을 지내왔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즌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여기서부터 변호사분들께도 맡기고 저도 경찰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싶습니다.

기분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시즌을 향해 시작하고 싶고, 오늘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에 질의응답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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