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피라미드 게임’을?…‘학원물’ 모방 범죄 경계령

입력 2024-03-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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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한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보니 놀이를 가장한 집단따돌림 현상 등 ‘모방 괴롭힘’ 부작용이 일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일부 학교서 드라마 따라 집단 따돌림
박소연 감독 “메시지에 집중을” 호소
‘약한 영웅’ 등 공개 예정…모방 우려↑
“‘피라미드 게임’ 하지 마세요.”

최근 전북 지역의 일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티빙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의 모방 위험성을 경고하는 가정통신문이 배포돼 화제다. 안방극장에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마약범죄 등이 묘사된 ‘학생 드라마’가 부쩍 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모방범죄 우려가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피라미드 게임’은 동급생들에게 익명투표를 벌여 A∼F등급으로 서열을 매기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부 장면에는 높은 등급 학생들이 낮은 등급 학생들에게 신체·정서적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해당 드라마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일부 학교에 게임을 따라 한 집단따돌림 현상이 확산됐다. 급기야 전북자치도교육청은 도내 778개 학교에 ‘피라미드 게임’ 확산 방지를 위한 학생생활지도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각 학교 측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놀이문화가 범죄의 씨앗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육계와 방송가 곳곳에서는 해당 사태가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특히 왕따, 복수, 마약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와 학교 배경을 결합한 드라마가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고등학생들이 마약 등 약물범죄에 가담하는 내용의 ‘하이쿠키’가 인기를 끌었고, 학교 내 계급사회를 그린 넷플릭스 ‘하이라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약한영웅 Class 2’ 등이 연말까지 줄줄이 나온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관련 드라마들이 “폭력성과 대사들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데다 지속적으로 표현돼 모방위험이 커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매겨 청소년의 접근을 줄이는 방지 턱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방송가 안팎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피라미드 게임’을 연출한 박소연 감독은 “게임을 무너뜨리는 과정으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메시지에 주목해 달라”고 호소했다. 드라마를 주연한 배우 김지연도 “드라마로 경각심이 커지기를 바랐는데 해당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학교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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