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곽빈, LG 최원태, SSG 김광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KBO리그는 반대다. 2021년처럼 국내투수가 10위 안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4년부터 10년 동안 국내투수가 탈삼진 1위에 오른 것은 2차례에 불과했다. 2015년 차우찬(삼성 라이온즈·194개)과 2022년 안우진(키움 히어로즈·224개)뿐이다. 반면 외국인투수는 메릴 켈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비롯해 총 8명에 달한다. 이 중 연속으로 3년 이상 머문 ‘장수 외인’은 없다. 즉, 매 시즌 이름만 바뀌고, 외국인투수가 탈삼진 1위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올 시즌 양상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단, 탈삼진 능력이 눈에 띄는 국내투수가 여럿 있다. 탈삼진 부문에서 국내투수 1~3위를 달리는 곽빈(두산 베어스·14개), 최원태(LG 트윈스), 김광현(SSG 랜더스·이상 13개)이다. 당장 선두 리카르도 산체스(한화 이글스·16개)와 차이도 크지 않다. 9이닝당 탈삼진에서도 산체스(12.71개·1위)가 앞서지만, 곽빈(11.46·2위), 최원태(11.32개·공동 3위), 김광현(10.64개·공동 8위)이 크게 밀리는 수준은 아니다.
투수의 탈삼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오롯이 홀로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일이기에 투수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기에 좋은 지표다. 나아가 리그 전체의 투수 수준을 가늠하는 여러 잣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국내투수가 탈삼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단순히 외국인투수로부터 자존심을 지켰다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곽빈, 최원태, 김광현 모두 제구나 구속 저하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할 투수들이지만, 안우진이 없는 KBO리그에서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는 있다.
김현세 스포츠동아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