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낮추고 먼저 가라고 손짓? 중국 마라톤 ‘승부조작’ 의혹

입력 2024-04-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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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에서 결승선을 1분 여 앞두고, 에티오피아 선수가 중국 선수 허제(왼쪽)를 바라보며 먼저 가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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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허제 우승, 외국 선수 3명 공동 2위
양펑 “도시별 대회 돈주고 조작” 폭로
마라톤 주최 베이징 체육국 진상 조사
중국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승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에서 결승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가던 외국선수들이 뒤를 돌아보며 한 중국 마라토너를 겨냥해 속도를 늦춘 정황이 포착됐다. 외국선수 중 한 선수는 중국 선수에게 먼저 가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에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허제 선수가 1시간3분44 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결승선 코앞까지 선두권에서 뛰었던 아프리카 선수 3명은 허제 선수보다 단 1초 뒤지며 나란히 공동 2위로 골인했다. 앞서 달리던 선수는 로버트 키터, 윌리 응낭가트(이상 케냐), 데제네 비킬라(에티오피아) 등이다.

하지만 결승선을 ‘코 앞’에 두고 허제 선수 앞에 뛰던 아프리카 선수 3명이 허제에게 손짓을 해 길을 안내하고, 고의로 뒤처지는 듯한 모습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서비스 웨이보 등에 퍼지면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많은 네티즌들이 현장에서 직접 찍은 ‘조작 의혹’ 영상을 올리고 있고, 중국 선수로 미리 우승자가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웨이보에는 해당 주제의 글이 3000 만회 가깝게 검색됐고, 댓글이 8000개를 넘겼다.

한 중국 네티즌은 “허제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앞둔 외국인 선수들은 우승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승부 조작을 신고를 할까요?”라고 비아냥거렸다. 관영 환구시보 후시진 전 편집장도 “이번 사건은 스포츠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승부조작) 파문이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앞서 달리던 아프리카 선수들은 승부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응낭가트 선수는 홍콩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구라서 허제가 우승하게 했다”고 시인한 뒤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고 금전적 보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마라톤 선수 양펑은 “최근 10∼20 년 동안 중국 각 도시별 마라톤 대회가 많이 생겼다”며 “중국 선수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최사가 돈을 주고 특정 선수를 초청해 결국 중국 선수가 우승하도록 한다”고 한 언론에 폭로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중국 전역에서 40여개의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번에 논란이 된 허제는 중국의 스포츠용품회사 엑스템과 계약했고, 이번 베이징 하프마라톤대회도 엑스텝이 주최사 중의 하나로 들어와 있어 ‘승부조작’ 의혹으로 쏠리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베이징 체육국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곧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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