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심판 해고’ 핵심은 공정성 훼손, 다음 기회는 없다 [취재파일]

입력 2024-04-21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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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중계 화면 캡처

KBO는 19일 인사위원회를 통해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 관련 실수 및 부적절한 언행으로 리그의 공정성을 훼손한 심판위원 3명을 징계했다. 이민호 심판과는 계약을 해지했고, 문승훈 심판에게는 정직(무급) 3개월(최대 기간) 이후 추가 인사 조치, 추평호 심판에게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사건은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 도중 심판진이 판정을 논의하는 과정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됐다. 주심이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듣지 못하고 볼을 선언한 뒤 모인 심판진의 대화 과정에서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라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신뢰를 깨트릴 만한 발언이었다. 당연히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더 이상 심판들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KBO도 빠르게 징계를 내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정성 훼손이다. 경기를 진행하는 데 심판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한번 신뢰가 깨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공정성은 KBO가 그토록 강조하는 ‘클린 베이스볼’의 핵심인 만큼 이번 사태는 만회할 기회조차 주기 어려웠다. KBO 인사위원회의 이번 결정도 신뢰를 깨트릴 수 있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심판들은 더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비디오판독과 ABS의 도입에 따라 선수와 신경전은 사라졌지만, 판정의 무게감은 훨씬 더 커졌다. 위축될 이유도 없다. 소신대로 정확하게 판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로는 잘못된 판정을 과감하게 바로잡을 용기도 필요하다.

KBO 역시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ABS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덕아웃에서 주심, 3루심과 동일하게 판정음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음성수신기를 배치하고, 관중이 시각적으로 ABS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도 도입할 예정이다.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지만, 이 같은 시행착오를 통해 공신력 높은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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