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TV는 사랑을 싣고’ 하리수X은사, 26년만 눈물 재회 “자랑스럽다” (종합)

입력 2020-05-29 2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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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사랑을 싣고’ 하리수X은사, 26년만 눈물 재회 “자랑스럽다”

하리수가 은사를 찾았다.

29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는 ‘국내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등장했다.

이날 하리수는 등장부터 트레이드마크인 ‘나하~’를 외치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었다. 하리수는 “내 이름은 ‘핫이슈’에서 따온 것”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MC들 역시 2001년 데뷔한 하리수 이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하리수 미모 유지 비결을 물었다. 하리수는 “글쎄다. 꾸준한 시술이 미모 유지 비결이 아닐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찾고 싶은 인연에 대한 물음에는 “어렸을 때 남자는 당연히 남자로 태어나고, 여자는 여자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나는 나 스스로 ‘남자니 여자니’ 그런 거에 대한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여성스럽고 예쁘게 하고 싶었다. 한참 사춘기였다. 그럴 때 지금의 내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금의 하리수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을 찾고 싶다. 당시 학생 주임이고 일본어 담당 교사인 전창익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전창익 선생님과 추억은 하리수에게 특별했다. 하리수를 향한 선입견이 아닌 온전한 하리수로 대했다고. 하리수는 “학생주임 선생님이니까 반에 와서 소지품 검사도 하고 용모 체크도 하시지 않냐. 아무래도 내가 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가방 속에 화장품이 있고, 손톱도 길고, 머리도 제일 길었다. 그런데도 그냥 지나치고. 나를 놀리거나 한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서 나를 보호해 주고 나를 나로 인정해준 게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 당시 다른 친구들하고 다르다는 걸 알고 계셨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학창시절 하리수는 정체성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유로 한 선생님으로부터 따귀를 맞은 기억, 아버지에게 인방지 못했던 과거까지 아픔이 기억 곳곳에 자리했다. 하지만 하리수는 아버지를 용서했다고. 하리수는 “어느날 아버지의 뒷모습을 봤는데 너무 작아보이더라. 그래서 어느 순간 그걸 그냥 용서하게 됐다. 더는 미워할 수도 없고 뭐할 수도 없는 그런 사람이 돼 버렸다”고 말헀다.

그렇기에 하리수에게 전창익 선생님은 고마운 사람이다. 하리수는 “트랜스젠더라는 삶을 택하고 살아가며 삶의 원동력이 됐다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학교와 과거 기억이 자리한 곳으로 떠난 하리수와 MC들. 하리수는 전창익 선생님과 재회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전창익 선생님은 “보고 싶었다”며 “그동안 고생 많았고, 너무 뿌듯해서 자랑스럽다”며 하리수를 다독였다.

전창익 선생님은 최근 캄보디아에서 들어왔다. 2017년부터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봉사 중이라고. 전창익 선생님은 처음에 하리수가 제자인 줄 몰랐다고 했다. 이후 자신 제자임을 알게 된 뒤 “‘학생 땐 더 예뻤다’ 자랑하고 다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창익 선생님은 기억하는 하리수는 어떤 사람일까. 전창익 선생님은 “조용하면서도 자기 의지를 갖고 있고, 자신 희망이 예술, 연예인이었다. 그래서 개성이 있었다. 남학생이 여성적이라는 생각은 안 했고, 그냥 단지 경엽이 다웠다. 한 존재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하리수다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하리수 소지품에서 화장품을 눈감아줬던 것에 대해서 언급했다. 전창익 선생님은 “처음에는 약간 당황을 했다. 보는 순간 ‘이걸 어쩌니’ 했는데 슥 보니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남이 볼까 봐 덜덜덜 하면서 얼른 숨겼다”며 “선생님들이 약간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경엽이에게 싫은 소리 좀 하라고. 나는 이해하기가 힘든 게 그냥 자기 존재잖냐. 자기 존재를 나타내는 게 지적을 받을 일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리수는 “선생님 덕분에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를 방황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거 같다. 사실 나는 졸업하고 나서 이렇게 학교에 찾아가는 것을 꿈꿔보지 못했다. 한 마디로 약간 염치가 없더라. 그리고 과거를 생각해 봤는데 나한테 잘 대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선생님이 손에 꼽히더라. 사실 내가 인생이 좀 남다르잖냐. 모든 사람이 그 남다르다는 것을 이해해보려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많이 없다. 전창익 선생님이 그런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선생님 뵙고 싶었고 안부를 물었다. 28년이 지나서야 뵌다는 게 참,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전창익 선생님은 “교직에 있으면서 네 이야기를 가끔가다 했다. 그런데 본인은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 것도 사실이야.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교직도 끝내고 꿈도 없는 나이가 됐잖냐. 선생님이. 너로 인해 다시 꿈 꿀수가 있는 거 같다. 네가 너무 자랑스럽고 선생님이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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