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김광현(가운데)은 8일 키움과 KS 6차전에서 팀의 4-3 승리를 지켜내며 통산 5번째 우승 반지를 꼈다. 2010년과 2018년에 이어 3번째로 우승 헹가래 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우승 확정 직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김광현.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2010년 한국시리즈(KS) ‘헹가래 투수’는 김광현(34·SSG)이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3승무패로 앞선 SK는 4-0으로 앞선 4차전 8회말 1사 1·3루서 이승호 대신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가장 강력한 구위를 지닌 투수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상 시나리오라고 본 김성근 전 SK 감독의 판단이었다. 김광현은 1.2이닝 4탈삼진 1실점 세이브로 SK의 KS 우승을 확정했다. 그 순간 포수였던 박경완 전 SK 감독대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던 김광현의 모습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8년에도 그는 어김없이 최후의 무대에 마무리로 나섰다. 그해 11월 1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KS 6차전에서 5-4로 앞선 연장 13회말 마무리로 등판해 1이닝을 삭제하며 또 한번 헹가래 투수가 됐다.
끝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ML)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거쳐 다시 KBO리그 무대에서 SSG의 KS 우승을 확정한 헹가래 투수로 돌아왔다. 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 올해 KS 6차전에선 4-3으로 앞선 9회초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종훈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아 김태진~이지영을 잇달아 범타로 처리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SSG 야수들은 일제히 마운드 위의 김광현에게로 달려가 환호했다.
김광현의 마무리투수 등판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그러나 쉽게 결정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김광현은 앞선 KS 1·5차전에 선발등판해 적잖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만, 마음만큼은 언제든 나가 던질 준비가 돼 있다”며 “마지막 경기에 등판할 수만 있다면 내게도 아주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SSG는 김광현을 또 한번 상징적 선수로 만들었다. 그동안 미출장 선수로 줄곧 분류돼온 김광현은 이날 6차전에선 김 감독의 총력전 선언 아래 불펜에 대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SK 시절부터 모아온 우승 반지를 합쳐 다섯 손가락(2007·2008·2010·2018·2022년)에 모두 반지를 끼우게 됐다. SK~SSG의 역사적 순간에는 늘 김광현이 있었다.
인천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