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멱살잡자 이강인은 주먹질 …클린스만은 ‘구경’ 만

입력 2024-02-14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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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3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내분이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크게 손흥민을 비롯한 고참들, 김민재 황인범 등 1996년생 중심의 중간 층, 이강인으로 대표되는 젊은 선수들이 제각각 무리를 지어 끼리끼리 어울리며 소통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전날 주장 손흥민과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이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영국 매체 더 선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축구 대표팀 내분 의혹은 협회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확인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 줄줄이 나오면서 선수들 간 충돌 현장 그림이 비교적 정밀하게 그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선수단은 4강전 전날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결전을 앞두고 화합을 도모할 목적이었을 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 등 몇몇 젊은 선수들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식당 옆 탁구장으로 향했다. 선수단 대부분이 이들보다 늦게 식사를 시작했다. 탁구장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분위기를 해친다고 판단한 손흥민이 나서 제지하려 했지만 후배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흥분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았고, 이강인은 주먹을 휘두르며 반발했다. 다행이 손흥민은 주먹을 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오른쪽 손가락이 탈구 돼 다음날 두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고 경기를 뛰어야 했다.

몸싸움 후 손흥민 등 고참급 선수들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강인은 다음날 선발 출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요르단에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0-2로 패한 뒤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은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저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표팀 은퇴 시사 발언을 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주장의 요청을 묵살하고 이강인을 기용한 데 따른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사태를 보면 전술능력은 부족해도 ‘매니징’ 만큼은 강점이라던 클린스만 감독의 유일한 장점도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구경꾼에 머문 클린스만 감독 경질론에 무게가 더 실릴 전망이다.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18∼26일)에 태국을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4차전을 치른다. 작금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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