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자랑’ 아내에게 의사남편 “그렇다면 나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묻겠다”

입력 2011-09-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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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계속 집안 돈 자랑을 한다면 (머리 자랑을 할 수 있는) 나는 매일 밤 ‘피타고라스 정리’를 묻겠다.”

유명 의대 출신 산부인과 의사와 부잣집 딸의 결혼생활이 감정 다툼을 거듭하다 결국 파경을 맞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A 씨(46·여)가 남편 B 씨(48)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둘은 서로 이혼한다. 분할 대상 재산 32억9990만 원은 A 씨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 비중이 큰 점 등을 감안해 A 씨와 B 씨의 재산 분할 비율은 3 대 1”이라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분할 대상에 포함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땅은 공시지가로 20억 원에 이른다.

의대 재학 중이던 1988년 1월 B 씨는 부잣집 딸 A 씨와 결혼한 뒤 풍족한 생활을 했다. B 씨가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는 동안 장인과 처형이 생활비와 신혼집 임차보증금을 대줬다. 또 장인이 마련해준 돈으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61.7m²(49평형)짜리 아파트도 샀다. 아내는 부동산을 상속받아 상가 임대료로 매달 329만 원을 받아 생활비에 보탰다. 차량 구입대금이나 해외여행 비용, B 씨의 대학원 등록금도 지원받았다.

B 씨는 1997년 9월부터 현재까지 모 병원에서 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매달 750만 원가량의 월급을 받았다. 과장이 되기 전 급여까지 합치면 B 씨는 1988년부터 2009년까지 세전 기준으로 12억4400만여 원을 벌었다.

이들 사이엔 1999년 B 씨가 지인으로부터 “아내가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부터 불화가 생겼다.

2009년 12월에는 A 씨가 “당신이 벌면 얼마나 버냐? 당신 우리 집 돈 보고 결혼한 것 아니냐”며 다그치자 B 씨는 “자동차는 언니가, 집은 장인이 해줬다는 말을 계속한다면 나도 의대 나온 머리를 자랑할 수밖에 없다. 매일 퇴근하고 난 뒤 피타고라스 정리 등을 물어 보겠다”며 맞섰다. 또 아내에게 매달 700만 원씩 주던 생활비를 300만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홍시를 먹다가 딸(당시 16세)에게 “홍시 두 개 중 어느 것이 비쌀까”라고 묻는 B 씨에게 A 씨가 “가지가지 한다”라고 핀잔을 줬다. 화가 난 B 씨는 “가지가지 하는 게 뭔지 보여 주겠다”며 홍시를 집어던지고 그 홍시로 벽에다 ‘가지가지’라고 썼다. B 씨는 술을 마신 뒤 거실에 있는 화분 속의 나무를 뽑아 집안 곳곳에 흙을 뿌리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이혼 소송을 냈다. B 씨도 A 씨가 알고 지내던 연하남과 자신의 별명까지 부르며 친밀하게 나눈 문자를 확인하자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와 별거에 들어갔다.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서로 동일하게 있다며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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