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박기태 반크 단장(세 번째)와 반크 연구원들이 세미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반크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박기태 반크 단장(세 번째)와 반크 연구원들이 세미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반크




● ‘플레이 K-푸드 월드컵’, 참여형 글로벌 캠페인으로 진화
● 김준일 이사장 “한식 세계화, 표준화 없이는 불가능”
● 왜곡된 한식 경계하고 정통성 지켜야 할 때
반크 “한식 인증 마크·셰프 교육·밥심 캠페인 통해 한식의 본질과 신뢰 구축해야”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는 한문화재단과 공동으로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문화재단 회의실에서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플레이 K-푸드 월드컵’ 프로젝트의 본격 출발을 알리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문화재단, 반크, 스포츠동아가 함께 추진하는 ‘플레이 K-푸드 월드컵’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전략과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문화재단(KCF),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스포츠동아가 공동 기획한 글로벌 한류 챌린지 캠페인이 3년째를 맞았다. 
2023년 태권도의 매력을 전한 ‘플레이 태권도 챌린지’는 반크 공식 SNS에서 1070만 뷰를 기록했고, 2024년 한식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 K-푸드 챌린지’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인플루언서의 참여 속에 2745만 뷰를 달성하며 주목받았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한층 진화한 ‘플레이 K-푸드 월드컵’이 출범했다.

5월 30일에 스타트해 12월 말까지 이어질 이번 캠페인은 K-푸드에 대한 뜨거운 글로벌 관심을 참여와 놀이로 확장시켜 세계 한식 팬들의 입맛과 마음을 한꺼번에 사로잡을 예정이다. 기존의 ‘챌린지’ 개념에 ‘월드컵’이라는 형식을 결합해 세계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 한식 세계화의 첫걸음은 ‘표준화’

이처럼 세계인의 관심과 참여가 커지는 가운데,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은 세미나에서 한식 세계화의 성공을 위해 ‘표준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인이 한식을 처음 접하는 공간은 대부분 현지의 한식당인데, 이때의 ‘첫인상’이 한식 전체의 인식을 좌우하게 된다”며, “하지만 현재의 한식당들은 그릇부터 메뉴판, 인테리어, 직원의 복장과 태도까지 식당마다 제각각이라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해외 일식당은 어디를 가든 음식 구성부터 그릇, 공간 분위기, 심지어 직원의 응대까지 일관된 미감을 유지한다”며, “이러한 완성도가 일본 음식이 전 세계에서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 잡는 핵심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식 역시 맛뿐 아니라 공간과 서비스, 예절까지 아우르는 전반적인 ‘문화 경험’으로 전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식 인증 마크’와 정책 제안 필요성 대두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한식 표준화 정책을 수립하고, 전 세계 한식당 인테리어와 마케팅, 운영 가이드라인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한식 세계화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며 “대중화에 앞서 한식이 지닌 철학과 전통, 조리법의 깊이를 보여주는 본질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왜 우리는 서구의 미쉐린 별점을 받아야만 맛집으로 인정받는가”라고 반문하며, “이제는 우리 스스로 ‘한식 등급제’와 같은 국가 표준을 만들어 한국적인 미식 문화의 품격과 기준을 세계에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전 세계가 K-푸드에 주목하는 지금, 아이돌 중심의 한류를 넘어 한식 장인들에게도 조명을 비춰 한식의 본질과 깊이를 함께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지난해 ‘K-푸드 챌린지’가 뜨거운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 이어, 올해 새롭게 출범한 ‘플레이 K-푸드 월드컵’은 단순한 대중화 차원을 넘어, 한식 고유의 본질과 문화적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이번 세미나는 ‘플레이 K-푸드 월드컵’을 통해 어떻게 한식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전 세계인의 참여를 이끌어낼지 구체적인 전략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한식의 진정성과 다양성을 살리는 동시에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가운데)과 반크 연구원들이 ‘플레이 K-푸드 월드컵’ 기사가 실린 스포츠동아를 보며 세미나를 하고 있는 모습.

김준일 한문화재단 이사장(가운데)과 반크 연구원들이 ‘플레이 K-푸드 월드컵’ 기사가 실린 스포츠동아를 보며 세미나를 하고 있는 모습.


이어 박 단장은 “국가정책 제안 플랫폼 ‘울림’과 소통 플랫폼 ‘열림’을 통해 한식 표준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식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조리법부터 서비스, 공간 구성까지 아우르는 ‘한식 표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제안과 현장의 의견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로서 ‘울림’과 ‘열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크 권소영 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심이 되어 ‘한식 인증 마크 제도’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통 한식의 조리법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충족한 식당에 정부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해외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한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표준화에는 재료 사용의 적정성, 조리법의 정통성, 메뉴 구성의 품질은 물론, 한식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요소들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진정성 있게 한식을 알리고자 하는 셰프와 한식당 운영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들이 한식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현지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표준화된 한식’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식 왜곡 사례와 전통 식문화 보호의 중요성

반크 구승현 연구원은 “지난해 스위스의 한 한식당을 방문했는데, 겉보기에는 한식당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계가 운영하며 전통 한식과는 거리가 먼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며, 고수가 들어간 불고기나 중국식 향신료를 사용한 김치찌개 등 왜곡된 한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한식당의 증가 현상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처럼 ‘한식’이라는 이름만 사용하면서 정통성을 잃은 식당이 늘어난다면, 장기적으로 한식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일본과 태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일본은 정통 요리법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자국 식당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태국 역시 전통 음식 기준을 충족한 식당에 정부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국 음식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크 이정우 청년연구원은 “한식에서 밥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쌀 소비량이 밀가루 소비량보다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연구원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표현인 ‘한국인은 밥심’을 활용해, 한식에서 밥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한식은 밥심’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 캠페인은 밥이 한식의 조화를 이루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고, 다양한 밥 요리와 그 문화적 의미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밥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반크 박지은 청년연구원은 “미국의 한 한식당에서 라볶이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떡볶이 양념은 지나치게 연해 고추장 특유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라면은 양념도 없이 단순히 삶은 면만 따로 나왔다. 양념에 찍어 먹으라는 의도였겠지만, 맛도 조화도 전혀 맞지 않아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음식이 ‘한식’으로 소개된다면 외국인들이 느낄 실망은 물론, 한식 전체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식당은 외국인에게도 추천하기 어렵다”라며, “한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일정 수준의 맛과 조리법에 대한 기준과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장(醬)’부터 그릇까지… 한식의 정체성을 지키는 디테일

반크 정인성 청년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된장, 고추장, 간장 등 한국의 장(醬)이 조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흐름 속에서 된장, 고추장, 간장 각각이 다양한 식재료와 어우러져 요리로 완성되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면, 한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장’이 가장 한국적인 식재료로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크 홍단비 청년연구원은 “전 세계가 K-푸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식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 돌아볼 시점”이라며, “특히 한식당마다 각기 다른 그릇, 메뉴판, 인테리어는 오히려 한식 문화에 대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이러한 요소들을 한국적 미감에 기반해 통일함으로써, 한식의 정체성과 한국 미식 문화의 깊이를 보다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크와 한문화재단은 이번 K-푸드 글로벌 전략 세미나를 계기로, 전 세계 2억 명의 한류 팬과 함께 높아진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한식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가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한 한류 스타와의 협업을 넘어, 한식에 담긴 깊은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알리고, 이를 통해 한식 고유의 본질과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올바르게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