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노모,추락도복귀도‘닮은꼴’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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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5)와 노모 히데오(40). 한때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한 상징적인 메이저리거였다. 또 국내에서는 둘을 라이벌 관계로 만들어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경쟁적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를 보듬어 주는 동지적 관계다. 박찬호가 한양대 2학년을 마친뒤 94년 청운의 꿈을 품고 미국 땅을 밟은 이듬해 노모는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1964년 무라카미 마사노리 이후 31년 만에 일본 선수의 미국 진출이었다. 박찬호와 노모는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노모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토네이도 열풍’의 주인공이 됐고, 박찬호는 하이키킹과 155km의 빠른 볼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박찬호와 노모의 시대는 영원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박찬호는 구속이 떨어지면서 주춤했고, 노모는 부상의 덫에 걸려 후배들에게 밀렸다. 노모 이후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눈이 부실 정도다. 트리플A로 향했던 박찬호가 3일(한국시간) 빅리그에 승격한 뒤 이틀 후인 5일 노모도 캔자스시티 로열스 엔트리에 합류했다. 6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노모의 빅리그 승격 소식을 들은 박찬호는 “잘 됐네요”라며 매우 반겼다. 박찬호는 “오프시즌에 같이 운동을 했다”며 노모와의 관계를 털어 놓았다. 노모도 박찬호와 함께 톰 하우스 피칭 인스트럭터로부터 피칭 폼을 조언받았다는 것. 투구 폼도 바뀌었다는 게 박찬호의 전언이다. 와인드업 동작을 하지 않고 스트레칭 동작에서 볼을 뿌린다고 했다. 박찬호는 최근 일본 기자들과의 뒷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 일본 기자가 박찬호에게 “우리는 노모의 빅리그 복귀를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기자들이 수십명씩 따라 다닌다. 그런데 한국 기자들은 네 옆에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너를 잊어 버린 것이냐”며 한방 먹였다고 한다. 그래서 박찬호는 일본 기자에게 “그건 모르는 소리다. 한국기자들은 나의 빅리그 진출을 손꼽아 기다린다.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따라 다니지 않는 것이다”며 “오히려 일본 기자들이 노모의 빅리그 복귀를 괴롭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고 했다. 노모는 2005년 6월11일 탬파베이 소속으로 0.2이닝을 던진 게 빅리그 마지막 모습이다. 박찬호와 노모는 나란히 불펜에서 2008시즌을 시작한다. 구위 면에서는 박찬호가 다소 나은 편이다. 일본 기자들은 “노모의 피칭은 95끝났다. 박찬호는 35살이다. 앞으로 빅리그에서 더 던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모는 이제 일본의 전설이다. 박찬호 역시 누가 뭐라든 전설이 되고 있다. 두 선수의 마무리가 잘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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