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프로야구26년‘문화’를심어라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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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어떤 문화를 창조할 것인가! 야구장에 처음 간 것은 1973년 아버지와 함께였다. 당시는 그저 아이스크림한테만 눈이 갔다. 그러나 1975년 큰 누나 손을 잡고 간 전국체전 고등부 경기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경북고의 성낙수, 경남고의 최동원, 광주일고의 김윤환을 본 것이다. 70년대 고교야구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애교심을 넘어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80년대 지역연고 중심의 프로야구는 개인과 지역을 일체화시켰다. 프로스포츠가 가장 꿈꾸는 ‘지역일체화’를 야구가 해낸 것이다. 따라서 출발과 동시에 전성기가 찾아온 것은 당연지사였다. 문제는 이후 유의미한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스포츠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문화적 향기와 유산’을 만들어 내야한다. 미국야구의 문화적 유산은 무엇인가? 첫째는 가족 간의 화해와 소통이고, 둘째는 미국 현대사를 함축하고 있다. 1989년에 개봉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야구영화 ‘꿈의 구장’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성인 남자를 가장 많이 울린 영화로도 기록되고 있는, 이 영화 속에서 제임스 얼 존스는 “미국역사는 칠판에 쓰여졌다 지워지기도 했지만, 야구는 불변계수였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아버지는 주말 오후에 아들과 캐치볼하며 화해하고, 야구장에서 아들의 끊임없는 야구물음에 답하며 소통한다. 야구는 미국의 ‘문화적 신화’이자 상징이다. 야구가 ‘종교’인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에서 야구란 무엇인가! 그것은 ‘드라마’이다. 소싯적 숱하게 봤던 야구만화 시나리오는 한결같았다. ‘산골에 새로운 체육교사가 부임해오고 가난하고 오합지졸인 학생들을 모아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 끝에 지역예선을 통과하고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전국대회결승에서 우승한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다. 일본은 왜 이런 만화가 필요했는가? 전후 일본은 피폐화된 삶속에서 ‘드라마’가 필요했다. 요미우리의 종신 명예감독 나가시마는 현실에서 야구를 통해 일본국민들 가슴속에 ‘드라마’를 구현했다. ‘불굴의 투혼’을 상징하는 Mr. 나가시마는 일본산업화의 상징이자 ‘문화적 신화’이다. 일본에서 야구가 ‘종교’가 된 데는 나가시마의 영향이 가장 컸다. 나가시마의 일본이요, 일본의 나가시마였다. 이제 26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프로야구는 어떤 문화를 축적해가고 있는가? 적어도 가족 간 소통에 최소한의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야구가 다른 팀 스포츠와 가장 구별되는 것은 부모, 삼촌, 형 누나를 통해 복잡한 룰을 익힌다는 것이다. 즉 야구는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이다. 한국프로야구는 이제 아버지와 아들의 ‘고향 정체성’ 확인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세대 간의 소통에도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야구도 ‘존재의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문화’를 창조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자.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소싯적부터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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