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가 드디어 한국 낭자군에게 제동을 걸었다. 바로 영어 사용 의무화 조치다. LPGA가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27일(한국시간) AP 에 따르면 “영어 구술 평가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2년 동안 LPGA 투어에 출장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LPGA는 지난 20일 막을 내린 세이프웨이클래식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모아 놓고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투어에 참가하는 루키들은 2009년 시즌부터 영어 사용 의무화의 영향을 받지만 기존 선수들의 영어 숙달 여부는 2009년 시즌 종료 후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영어 의무화 조치에 대해 LPGA는 부인하지만 한국 선수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한국 낭자군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5개 대회를 차지했고, 이 가운데 2개 대회가 메이저 대회다.
그러나 경기 후 우승 소감 인터뷰 때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오랫동안 LPGA 투어에 참가한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이나 호주, 뉴질랜드 영어권에서 골프 유학을 한 선수들은 영어 소통에 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국내 투어에서 곧바로 LPGA로 건너간 선수들은 영어를 기본적으로 터득했다고 해도 ‘브로큰 잉글리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LPGA 투어에는 26개국에서 총 121명의 외국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선수가 45명으로 가장 많다. LPGA의 외국 선수 가운데 한국인이 37%다. 두 자릿수 선수 출전 국가로 스웨덴이 15명, 호주가 11명으로 한국의 뒤를 잇고 있다.
AP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 3개 국어를 구사하는 안젤라 박은 골프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자신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영어를 못하는 한국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영어 의무화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 LPGA는 영어도 영어지만 너무 많은 한국 선수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게 사실이다. 최근 LPGA 투어를 취재한 기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방송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선두에 올라서지 않을 경우에는 좀처럼 비춰주지 않는다. 1,2라운드에는 거의 톱10에 한국 낭자군들이 절반 정도 포진해 있는 게 최근 LPGA 투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영어 의무화 조치’는 자칫 ‘차별대우’(discrimination)에 휘말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영어 구술시험은 차별대우라고 법에 호소를 할 경우 LPGA가 어떻게 대응할 지가 벌써 주목된다.
LPGA 규약이나 운영요강에 투어 참가자는 영어 구술시험을 통과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을 리 만무다. 그 자체가 차별을 의미한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중남미 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발표에 따르면 개막전을 기준으로 외국에서 태어난 선수가 무려 264명으로 29%에 이르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가 외국 선수에게 영어 구술시험을 치르라고 하는 의무조항은 없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맞는 것이지만 LPGA의 영어 의무화는 미국의 헌법 기본정신에 맞는지 따져봐야 할 듯하다.
LA|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