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헤드킥]성남의변화?중심에선′큰형′신태용

입력 2009-04-09 08: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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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의 진정한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발휘된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더 흐려놓는 것도, 바닥까지 떨어진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모두 벤치의 역량이다. 조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속에 어려움을 맞은 성남 일화. 그러나 분위기만큼은 감히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큰 형’ 신태용 감독이 있다. 성남은 지난 주말, 전북 현대와 2009 K리그에서 1-4로 완패했다. 최태욱에게 해트트릭을 얻어맞았고, 전 멤버 김상식에겐 “두고두고 씹어주겠다”는 자극적인 한마디도 들었다. 그나마 이동국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최악의 경기였다. 기분이 좋을 리 없을 터.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신 감독은 호통을 치는 대신 6일 조촐한 행사를 마련했다. 족구 내기였다. 정상 훈련인 줄 알았던 선수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 1, 2군 선수단이 모두 참가한 족구 게임은 회당 상금 5만원이 걸려있어 모든 참가원이 ‘공짜’ 음료수 한잔이라도 마시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다른 팀에 배정된 라돈치치와 사샤는 너무 게임에 몰두하다 머리를 부딪힌 뒤 영어와 세르비아어를 섞어가며 장난기 가득한 욕설을 주고받았을 정도. 신 감독은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 시행착오는 있다. 충분히 잘할 수 있고, 나중에 웃는 것은 바로 너희들”이라며 환한 웃음으로 격려했다. 이후 회식도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 한 경기에서 패하면 모두 울상을 짓고 숨소리 한 번 제대로 낼 수 없던 과거를 생각할 때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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