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챔피언십최종라운드]강성훈“아, 18번홀…오,스리퍼트”

입력 2009-04-26 2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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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접전끝자이디에분패‘준우승’연속우승기대강욱순15위로추락
통차이 자이디(태국)가 강풍과 비,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했다. 자이디는 26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파72·7361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총상금 36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혈투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며 1000만 달러 상금이 걸린 ‘레이스 투 두바이’ 출전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승부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강한 돌풍으로 몸조차 가누기 힘든 상태에서 버디와 보기가 수시로 터져 나왔다. 홀마다 선두가 바뀌는 상황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 모두에게 우승의 기회가 주어졌다. 결국 72홀의 긴 승부만으로 우승자를 가리지 못하고 강성훈(22·신한은행)과 통차이 자이디(태국), 곤살로 페르난데스 카스타뇨(스페인)가 4언더파 284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은 시계추를 지난해로 되돌리는 듯했다. 그레엄 맥도웰(아일랜드)과 지브 밀카 싱(인도)이 펼쳤던 연장전처럼 박빙의 승부가 연출됐다. 먼저 두 번째 샷을 시도한 카스타뇨는 그린을 놓쳤다. 이어 자이디가 핀 1.5m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아 강성훈을 압박했다. 이에 질세라 강성훈도 핀 2m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맞았다. 먼저 강성훈이 퍼트를 시도했지만 홀을 살짝 비켜갔다. 18번홀에서만 두 차례 악몽적인 퍼트였다. 우승의 향방은 자이디에게 달렸다. 아시안투어에서 잔뼈가 굵은 자이디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침착하게 홀 가운데로 볼을 밀어 넣으면서 발렌타인챔피언십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우승상금은 6억2120여만 원. 자이디는 유달리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0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해는 하나은행에서 주최한 아시안투어 베트남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마지막 날 이글 2개를 쏘아 올리면서 기세를 올린 강성훈은 다시 한번 준우승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놓고도 3퍼트로 연장전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우승컵을 다 잡아 놓고도 결정적인 순간 3퍼트를 저지르면서 대박을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할 경우 유러피언투어 다음 대회인 에스파냐오픈부터 2011년까지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3위를 달리며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기대했던 강욱순(43·삼성전자)은 마지막 날 3오버파 75타로 무너지면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해 공동 15위로 미끄러졌다. 최호성(36)은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면서 톱5 진입이 기대됐으나, 후반에 1타를 잃으면서 1언더파 287타로 공동 11위에 만족했다. ‘황태자’어니 엘스(남아공)는 강풍 속에서도 2타를 줄이면서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쳐,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유러피언투어의 제왕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6오버파 294타로 공동 34위, 필드의 신사 프레드 커플스(미국)은 이날 이븐파로 선전했지만, 전날 10타를 잃은 것을 만회하지 못하고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함께 공동 52위로 끝냈다. 2년 연속 명승부를 연출한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명실상부 국내를 대표하는 투어로 자리 잡았다. 기대했던 국내 선수의 우승은 물거품 됐지만 지난해 그레엄 맥도웰(아일랜드)에 이어 통차이 자이디가 새로운 스타로 등극하면서 유러피언투어의 새 강자로 우뚝 섰다. 강성훈 준우승 소감 “준우승만 8번째… 아쉽지만 만족” 우승을 놓친 건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목표가 ‘톱10’이었기에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둬 만족한다. 10번과 16번홀에서의 이글은 운이 좋았다. 10번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핀 1.5m에 붙었고, 16번홀에서는 120야드 남기고 친 피치 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갔다.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너무 크게 쳤던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버디 퍼트를 앞두고 과감하게 하자고 생각했던 게 나도 모르게 백스윙이 너무 크게 올라갔다가 세게 치는 실수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도 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경사가 있고, 바람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어와 홀 가운데를 보고 쳤는데, 그게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갔다. 프로가 돼서 벌써 준우승만 7∼8차례 한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우승하면 좋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처럼 큰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마지막에 부담이 됐다. 자이디 우승소감 “한국오픈 첫 우승 인연 이어 무척 기뻐요”  1999년 아시안투어 멤버가 된 후 2000년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따냈다.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 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오면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가 심해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몇 년 전 부산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는 강한 바람에 고전하다 컷 탈락하기도 했다. 유러피언과 아시안투어에 집중하느라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 오지 못했다. 올해 다시 찾은 한국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돼 무척 기쁘다. 올해로 투어가 된 지 10년째가 된다. 이번 대회 우승이 지금까지 우승했던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것 같다. 올해 최종 목표는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것이다. 서귀포|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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