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조모컵 2009’가 열렸던 8일 인천월드컵경기장. 모처럼 3만9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찾아 ‘흥행대박’을 꿈꿨던 프로축구연맹 직원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수원 차범근 감독이 이끈 K리그 올스타팀이 J리그 올스타팀에 4골을 내주며 1-4로 대패했기 때문. 일본은 전반 14분 마르키뇨스(가시마)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린 뒤 후반 14분 이정수(교토)와 27분 나카무라 겐코, 36분 주니뉴(이상 가와사키)가 연속 골을 터뜨려 4골 차로 벌렸다. K리그는 1분 뒤 최성국(광주)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경기를 지켜본 한 구단 관계자가 “뭘 준비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을 정도로 K리그 올스타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특히, 거푸 뚫린 중원이 아쉬웠다. 측면 날개 최태욱(전북)-최성국은 물론, 중앙에 포진한 김정우(성남)-기성용(서울)은 짧은 패스를 앞세운 상대의 조직적인 공격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투 톱 이동국(전북)-데얀(서울)은 아예 하프라인 위에서만 움직였다. 무성의한 패스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회에 나선 한 선수는 “모든 면에서 일본이 앞섰다. 전반에 거의 체력이 소진됐다”고 토로했다.
비록 승패 부담이 없는 ‘이벤트성’ 대회지만 해이한 마음가짐도 짚고 넘어갈 대목. 작년 도쿄 원정으로 치른 제1회 올스타전에서 3-1 완승을 챙겼던 차 감독은 합숙까지 진행하며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설욕 의지’로 무장한 일본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K리그 한 선수는 “눈빛부터 우리와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MVP에 뽑혀 상금 1000만원과 승용차를 챙긴 주인공이 이정수란 점과 최성국이 ‘감투상’을 받은 게 유이한 위안거리. “애써 잔칫상을 차리고도 전혀 챙겨먹지 못했다”는 연맹 관계자의 푸념이 유독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