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그라운드엿보기]해외진출성공위한4가지조건

입력 2009-08-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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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이후 국내 선수들의 해외 이적이 부쩍 늘었다. 이는 해외리그가 한국축구시장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최근 프리미어리그(EPL)의 볼턴으로 이적한 이청용은 다른 리그를 거치지 않고 직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해외로 이적한 선수 중 성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이적한 대표적인 경우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차범근, 네덜란드 리그의 허정무, EPL의 박지성과 이영표, J리그의 홍명보, 유상철, 최용수 등이다. 그 외의 선수들은 부상이나 주전경쟁에서 밀려 쓸쓸히 짐을 싸고 돌아왔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해외리그에 정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체력과 기술적인 기량이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자타가 공인한 한국최고의 축구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더욱이 동양인들은 외국선수보다 체형이 왜소한 탓에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세계적 선수들이 즐비한 외국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아울러 빅리그는 한 차원 높은 체력을 요구한다. 국내리그에서 검증된 선수일지라도 무작정 해외에 진출하면 낭패에 부딪히기 쉽다. 본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의사소통을 위한 외국어 습득이다. 축구전술과 감독의 지시가 보통 영어로 이루어지는데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전술 이해도가 떨어진다. 또한 팀 동료와 관계도 서먹해지게 마련이다. 물론 영어라는 언어 습득이 꼭 성공의 지름길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다. 박지성(맨유)도 처음 외국으로 진출해서는 영어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셋째, 항상 기다리며 준비하는 태도를 가져야한다. 동양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냉대, 통하지 않는 언어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는다. 어떤 선수는 해외진출 10개월 만에 향수병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국내로 유턴했다.

박지성도 입단하자마자 맨유의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충분한 실력을 보여줘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해외에 진출하자마자 주전으로 뛴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며 기다리다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실력을 보여주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축구에 대한 즐거움이다. 똑똑한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지금 자신에게 처한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인다면 성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선수들은 누구나 해외진출을 목표로 삼으며 제2의 박지성이나 이영표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들처럼 될 수 없다. 고통스럽고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함을 가진다면 해외에서 성공하는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인간의 내면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성공의 열쇠란 내면의 잠재력을 빠르게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현재의 결과 보다는 구체적인 축구발전의 잠재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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