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의춘하추동]시즌막판안개순위싸움‘베테랑의힘’을보여줘라

입력 2009-08-1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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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1회부터 9회까지 마쳐야 하는 야구경기에서 각 이닝이 갖는 의미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 1-2회에 부담을 갖는 것도 로테이션상 휴식과 조정 속에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회복하고 팀에게 신뢰감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즉, 제구력이나 구속이 경기 전반에 빨리 안정감을 되찾아야 자신의 계획대로 게임을 운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타자 역시 상대 선발투수와 당일 첫 대면이라 스스로 연구하고 계획했던 대로 공략이 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 자신감을 생성하는데 첫 타석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경기 전반부는 선수들의 역량과 활약을 기대하는 반면 후반부는 승패와 관련돼 벤치의 역할과 움직임에 시선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불펜 활용, 대타 기용, 사인 플레이 등 다양한 작전으로 벤치가 분주한 것도 한두 점의 득실이 승패의 분기점에서 천당과 지옥으로 갈라놓게 되기 때문이다.

한해 시즌도 마찬가지다. 시즌 레이스의 3분의 2 지점을 지나 8월이 오면 경기의 7회에 접어든 상태라 볼 수 있다. 올해는 예년에 보기 힘든 접전상태로 주행 중이라 벤치의 움직임이 한층 더 바빠지리라 예상된다. 시즌 전반에 부상으로 이탈된 주전선수들이 후반에 복귀하는 팀은 덤을 얻은 듯 풍성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반면 앞으로 주력선수가 부상으로 이탈되는 팀은 한해 농사가 낭패를 볼 수도 있어 무엇보다 부상관리에 최우선점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특히 연습 도중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의 신경은 여간 날카롭지 않다.

그리고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이 가장 중요하듯 프로야구도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선수들의 과피로 속에 부상발생 위험도는 높아지고 컨디션회복도 더뎌지게 된다. 그러나 페이스조절이란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신체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법. 결국 본인 스스로 철저히 자기관리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단기전에 길들여진 신인들이나 루키급 선수들이 시즌 초부터 연속해서 많은 경기에 출전해 왔다면 지금쯤 힘들어 할 때다. 100m 단거리 선수가 마라토너로 전향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스 조절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또한 경기흐름을 읽을 줄 아는 베테랑들이 경기 후반이나 시즌 막바지에 큰 공을 세우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전장에서 길을 잃으면 늙은 말에게 물어보라’는 옛말이 야구판이라고 결코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처럼 시즌 종반까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시즌에는 베테랑선수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다. 베테랑들이 앞장서 팀을 이끄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인

프로야구의 기본철학은 마라톤과 같다. 하루에도 죽었다 살았다를 수없이 외치며 산넘고 물건너 구비구비 돌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팬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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