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 KIA김상훈강해진이유…포수리드?“투수하기나름”

입력 2009-09-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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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배합 잘해도 못던지면 속수무책 타자·주자와 대결 투수 역할 더 커
“팀이 잘 나가고, 투수들이 잘 던지니 힘든 줄 모르겠어요.”

KIA 주장 겸 포수 김상훈은 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훈련을 끝낸 뒤 덕아웃 의자에 앉아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주전 포수로 이날까지 팀의 118경기 중 110경기(93.2%%)에 출장한 김상훈이다.

특히 체력소모와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포지션인 포수를 맡고 있어 한여름을 난 시점에서는 육체적·정신적 에너지가 거의 소모 상태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올해는 힘든 줄 모르겠다”며 밝게 웃었다. “팀이 너무 잘 나가니까 그런 것 같다”는 설명을 곁들인 그는 “사실 작년, 재작년에는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현대야구에서 포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만 포수의 중요성이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도 포수의 역할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가끔씩은 실제보다, 필요 이상으로 포수의 어깨에 큰 짐을 지우기도 한다.

특히 야구인들도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아는 볼배합까지 팬들이 지적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투수가 안타를 맞으면 실제로는 투수의 책임이 더 크다. 구위와 컨트롤이 빼어난 투수라면 한가운데 공을 던져도 타자가 쉽게 안타를 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포수가 리드를 잘 해도 구위가 약하고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난타를 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도루 저지도 포수의 능력을 재는 척도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투수의 투구폼이 크거나 주자에게 스타트 타이밍을 빼앗기면 포수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물론 투수와 운명 공동체인 포수로서는 타자와의 대결, 주자와의 대결에서 실패하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다. 또한 좋은 포수와 나쁜 포수는 분명 구분된다. 그러나 투수의 책임이 더 큰 항목도 일단 포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훈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팬들로부터 ‘국민 볼배합’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은 “포수의 운명이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올해는 우리 투수들이 잘 던지니까 투수리드, 블로킹도 수월하다”면서 “투수가 잘 던지면 포수의 리드도 한결 편해진다. 잘 던지는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볼배합 실수를 하더라도 범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욕도 덜 먹는다. 올해는 경험이 적거나 수준이 좀 떨어지는 투수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팀도 잘 나가니까 피곤함이 덜하다”며 웃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상훈이가 지난해 다르고, 올해 다르다. 그동안 경기 상황을 놓고 대화도 많이 했다. 하나씩 느끼고 배우면서 포수로서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며 “이젠 믿을 수 있는 포수가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투수의 호투. 그것이야말로 짐 많은 포수에게는 ‘스테로이드’보다 더 힘을 솟아오르게 하는 에너지원일지 모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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