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의사커에세이]‘봉쥬르므쓔<안녕하십니까>’에담긴인성교육

입력 2009-09-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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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 중에서도 프랑스 사람들은 쉽게 속을 털어놓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일도 드물다. 낯을 가리는 건지 아니면 그들 나름의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체로 폐쇄적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이 같은 선입견은 프랑스 축구클럽, 특히 그들의 유소년클럽 훈련장에선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아니,생판 다른 그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진다는 편이 맞겠다. 내가 누구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낯선 사람이건, 낯익은 사람이건 간에 그날 처음 본 사람이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와 손을 내미는 것이다. ‘봉쥬르 므쓔’(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말과 함께.

일단 인사가 시작되면 그때부턴 줄줄이 사탕이다.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한 명 한 명 손을 내밀고 ‘봉쥬르 므쓔’를 연발하는 바람에 쑥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 말 소속 선수인 이용재(18·전 포철공고)의 입단 협상을 위해 FC낭트를 갔을 때도 그랬고, 한 달 앞서 국내 최연소로 유럽팀과 프로계약을 한 남태희(18·전 울산 현대고)의 소속팀 발렝시엔 FC를 방문했을 때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몇 년 전, 역시 1부리그 팀인 FC소쇼를 방문했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아하, 프랑스 애들은 다 이렇구나” 하는.

그런데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유소년 코치들은 물론이고 프로에서 뛰는 1군 선수들이나 감독, 코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우리처럼 퉁명스런 ‘응대 환경’에서 자라난 한국 사람들에겐 다소 어색하고 불편한 구석도 없지 않다. 그냥 지나쳐도 될 걸, 일부러 떼 지어 몰려와 차례차례 손을 내미는 것을 일일이 잡아주며 안 되는 발음으로 덩달아 ‘봉쥬르’를 외치다 보면 이건 꼭 군대에서 사열을 받는 기분이다. 면구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귀찮기도 하고…. 구경 나온 프랑스 아저씨들조차 이런 모습은 낯선지 한 무리의 유니폼 떼거리가 나타나면 ‘어이쿠 쟤들 또 몰려온다’며 뒷걸음질 칠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그들의 인사법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이다. 기본기를 익히기에 앞서 인성교육부터 철저히 시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떠올랐다.

필자의 기억엔 지금까지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유소년들이건 대표 선수들이건 매 한가지다. 마주쳐도 인사는커녕 무뚝뚝한 얼굴로 휑하고 지나치는 게 대부분이다. 시선을 맞추려고 해도 일부러 못 본 척 시선을 돌릴 때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런 싸가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한국축구의 위상도 이젠 국제적인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빈번해졌고, 선진국들도 실력만큼은 인정해가는 추세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에는 그만한 매너도 따라야 할 것 같다.

남한과 북한을 아직 구별하지 못하는 유럽인, 유럽선수들에게 적어도 사우스(South)코리아는 노스(North)코리아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러한 기본 매너에서부터 차별화시켜 보면 어떨까.

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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