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벤치스토리]눈물로싹틔운희망…이승우의비상

입력 2009-09-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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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스포츠동아 DB

2008년 3월. LG 이승우(21·사진)는 일본에 있었다. 첫 전지훈련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내심 걱정하던 참. ‘겨울에 몸관리를 제대로 할 걸.’ 후회가 밀려왔다. 일주일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지만,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때 코칭스태프의 부름을 받았다. “여기 더 있을 필요가 없겠다. 가서 더 열심히 해라.” 말투는 따뜻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이승우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짐을 쌌다.

2009년 1월. LG는 사이판으로 떠나는 전지훈련 참가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총 60명 중 투수조는 31명. 이승우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비행기에 오른 건 이승우가 아닌 김광수였다. 출국 이틀 전부터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아파오더니, 나중엔 팔을 제대로 들어올리기 힘든 지경이 됐다.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할 리 없었다. ‘난 왜 이렇게 안 풀리나.’ 1년 전부터 참아왔던 눈물이 기어이 쏟아졌다.

○접었던 날개 펼치고 ‘아름다운 비상’

누구에게나 시련은 온다. 관건은 어떻게 딛고 일어나느냐다. 그렇다면 이승우의 성적은 그 지표가 될지도 모른다. 0.2이닝 4실점-3이닝 4실점-7.1이닝 1실점. 올해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이승우는 이렇게 가파르게 좋아졌다. “아직 얼떨떨해요. 1군에서 던지고, 관심을 받고, 인터뷰도 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 선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2007년에 입단한 3년 차다. 입단 직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1년을 쉬었고, 지난해에는 허리 부상까지 겹쳐 2군에서 우왕좌왕했다. 매번 그를 기대주로 꼽았던 코칭스태프의 관심도 멀어져갔다.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도 없으니까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었지요.”

다행히 좋은 조력자들을 만났다. 김용수 투수코치는 올해 2군에서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승우에게 선발을 맡겼다. ‘장차 선발 투수로 클 아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팀 선배 봉중근은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온 그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했다. 지난 등판에서 쏠쏠하게 써먹은 무기다. 봉중근은 “승우는 진심으로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승우에게서 LG의 ‘희망’을 본다. 단지 한 경기를 잘 던져서만은 아니다. 힘든 경험을 통해 분노가 아닌 인내를 배웠기 때문이다. 또 비록 한 때 절망했더라도, 날개가 있다면 다시 비상할 수 있다는 걸 이렇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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