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3차전] ‘포스트시즌’ 암표상도 진화한다

입력 2009-10-19 20: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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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티켓 필요하세요?”

인기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문학구장도 그랬다.

대부분 입장권이 일찌감치 주인을 찾아간 탓에 티켓 창구 앞에서 초조해 하는 팬들 사이로 몇몇 남녀가 접근한다.

두터운 노색 점퍼 차림의 50대 여성 진 모씨. 전광판 뒤 편의점 부근에서 SK 레플리카를 걸친 20대 여성 4명과 즉석 흥정을 벌인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아가씨, 표?” “얼마에요?”
1만5000원 짜리 일반석(비 지정석) 티켓을 원한 여성 일행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지 못했다. 이들이 확보한 티켓은 정상가보다 장당 2만원이 더 비쌌다. 더욱이 홈 팀 SK가 아닌, KIA 응원단이 위치한 외야 스탠드였다.

이를 뒤늦게 깨닫게 될 여성 일행들은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순전히 자신들이 원한 위치가 1루 쪽이라고 밝히지 않은 일행들의 잘못이다.

단속이 이뤄진다 해도 하지만 진 씨의 활동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여전히 정상적인 거래의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시리즈 입장권이 조기 매진됐다는 소식에 지레 겁먹고 티켓 창구를 한 번 제대로 찾지 않는 팬들의 허술한 행동도 한 몫 한다.

수년 전부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빅 매치 시즌이 되면 암표 거래를 해 온 진 씨. “포스트시즌은 일년 중 가장 수입이 짭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전체 수입은 줄었다. 인터넷 예매가 활성화돼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탓. 타격도 크다. 대신 암표상들도 방식을 조금 바꿨다.

현장 예매분으로 나오는 티켓 중 좋은 좌석들을 미리 확보하는 것. 진 씨는 가능하다면 내년부터는 남편이 운영하는 음식점 휴대용 카드 결제기를 가져올 생각이라고 한다. 암표거래도 과학화가 이뤄진 셈이다.

여기서 진 씨는 한 가지 팁을 던졌다. “경기 직전, 직후가 되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정상 가에 티켓을 팔죠. 최소 3회가 넘어가면 휴지 조각이 되거든요. 돈이 모자라나요? 일단 플레이 볼이 된 뒤 주변을 둘러보세요.”

문학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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