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프로골퍼여! 시차문제 가볍게 보지마라

입력 2009-10-27 17: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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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을 타이틀을 거머쥔 양용은은 최근 강행군의 일정을 보내면서 잇달아 보통 성적을 남겼다.

시즌 막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피로가 쌓여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가장 마지막으로 출전한 메이저 타이틀 수상자끼리 펼친 이벤트성 대회 PGA 그랜드슬램에서 4명 가운데 최하위를 마크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해도 세계 톱랭커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판에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골프도 스포츠이기 때문에 체력이 바탕이 돼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PGA와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남여 선수들에게는 남다른 고민이 있다. 미국 활동도 중요하지만 국내 무대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타플레이어 대열에 올라서면 시즌 중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이에 비례해 성적은 뒷걸음치는 경우가 나타난다.

요즘은 미국 내의 PGA 투어도 사실상 시즌이 끝나 폴시리즈를 벌이고 있어 국내 대회 아시아 투어 등이 큰 걸림돌이 안 된다. 다만, 시즌이 한창일 때 국내 대회 출전은 득보다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시차 때문이다.

골프에서 시차적응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우리 복싱이 전성기 때 세계 챔피언 또는 도전자가 미국 원정에서 이긴 경우가 딱 한 차례에 불과하다. 붙었다하면 졌다. 기량도 승패의 한 요인이었겠지만 시차적응에 실패한 게 주요 원인이다. 특히 시차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올 때 심하게 나타난다는 게 의사들의 지적이다.

즉 미국이나 멕시코 선수가 서울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보다 국내 선수의 미국, 멕시코 원정이 훨씬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 필자도 LA에서 서울로 갈 때보다 서울에서 다시 LA로 돌아올 때 시차를 더 심하게 겪는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역대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을 획득한 것도 ‘무 시차’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본 적이 있다. 서울과 북경은 1시간 시차를 두고 있지만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이동이었다.

시차는 승부에 크게 부각되는 변수가 아닌 듯하면서도 선수들이 겪는 생체 리듬은 바닥에 머물게 된다. 타이거 우즈와 같은 세계 톱랭커들과 국내 선수를 비교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은 호화판 전세 비행기로 이동한다.

양용은은 국내 대회에 출전한 뒤 미국보다 더 먼 버뮤다로 이동해 PGA 그랜드슬램에 출전했다. 이미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해 앤서니 김이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도 초반에 호주, 뉴질랜드 등 유러피언 투어에 집중한 탓이다.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PGA 투어에 성공하려면 미국 무대에 전력투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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