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문제의 키는 ‘너무’ 많은 보너스

입력 2009-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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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 파행 A to Z
3일 열릴 예정이던 여자프로농구(WKBL) 2010년 신인 드래프트가 신세계와 우리은행의 불참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WKBL은 “일부 구단의 샐러리캡 위반을 이유로 신세계와 우리은행이 드래프트 연기를 요청해 받아들였다. 이사회를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고 드래프트를 열겠다”고 밝혔다.

신세계와 우리은행은 ‘샐러리캡을 위반한 일부 구단의 신인 지명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머지 구단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샐러리캡 위반 왜 나왔나.

WKBL은 이번 여름 일부 구단의 요청에 따라 연승 수당과 우승 보너스, 광고료 등 연봉 이외에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에 대한 룰을 규정에 명시했다. 이전까지는 규정이 없어 대부분의 구단이 모기업 사규를 기준으로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러자 신세계와 우리은행은 “일부 구단이 너무 많은 보너스를 지급해 샐러리캡을 위반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WKBL도 지난달 9일 2008년 샐러리캡 위반 여부를 조사해 4개 구단이 이를 어겼다며 제재금 2000만원과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후순위로 미루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해당 구단들이 반발하자 WKBL은 26일 징계를 취소하고 재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신세계와 우리은행은 이에 반발하면서 이날 드래프트 참가 거부를 연맹에 통보했다.


○WKBL 행정력 부재가 원인

WKBL의 행정력 부재가 문제의 발단이다. 지난 시즌까지 WKBL은 수당이나 보너스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았다. 이에 각 구단은 샐러리캡을 표면적으로 지키면서 막대한 수당과 보너스로 선수들의 몸값을 보전해주는 방법을 썼다. “샐러리캡을 지키는 구단이 얼마나 있겠느냐”라는 한 구단 관계자의 말처럼 뒷거래가 성행했다. 대어급 FA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데려갈 수 있는 구단이 한정돼 있다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겼다. 일부 팀이 수준급 선수들을 싹쓸이하자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팀의 불만이 계속 쌓였다. 자연히 팀간의 전력차도 커졌다.

수년째 비정상적인 제도임을 인지하고도 규정으로 선수 몸값을 제어하지 못한 WKBL의 방관이 사태를 키웠다. WKBL의 안일한 행정력으로 인해 취업을 준비하는 고교졸업선수들만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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