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김민재 동메달‘감격시대’

입력 2009-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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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고양 세계역도선수권
20세에 바벨 놓고 군입대·스포츠강사로…역도선수 아내 만나 재기 세계무대 우뚝
5년 만에 다시 잡은 바벨. 하지만 그는 남편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09세계역도선수권 남자 94kg급. 김민재(26·사진·안양시청)는 인상(178kg)과 합계(384kg)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용상에서는 남자대표팀 이형근(45) 감독의 치밀한 수 싸움 끝에 김선종(23·국군체육부대)이 ‘깜짝’ 금메달(218kg)을 목에 걸었다.

특히, 굴곡 많은 역도 인생을 산 김민재의 감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촉망받는 선수. 하지만, 20세 어린 나이에 역도를 떠났다. 체중감량부터 꽉 짜여진 운동스케줄까지. 그 때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떠밀리듯 들어간 군대. 유달리 두꺼운 허벅지 때문에 전직 역도 선수였음은 금세 탄로가 났다. 부대 내 작업은 그의 몫. 행정보급관은 항상 김민재를 찾았다. 그 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역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 후 스포츠센터에서 강사로 일하며, 역기와 씨름했지만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역도부의 문을 두드렸지만, 공백기 때문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 때 만난 평생배필, 이연화(26·2003아시아선수권1위) 씨. 2006년 10월, 당시 제주도청 소속 역도선수이던 이연화 씨는 실의에 빠진 김민재를 다독여 오승우(51·제주도청) 감독에게 소개했다. 3개월의 수습기간. 김민재는 새벽 5시가 되면, 한겨울의 찬 대기를 가르며 체육관 문을 열었다. 오 감독은 “운동에 굶주린 야수 같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반신반의하던 오 감독도 마음을 열었다. 2007년 정식선수 등록. 그리고 2년 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16일, 역도커플은 사랑의 결실도 얻었다. 딸의 이름은 ‘메달이’. 세계선수권을 향한 염원을 담았다. 경기 전, 김민재는 핸드폰을 열었다. 화면에는 아직 눈도 채 뜨지도 못하는 딸이 방긋 웃고 있었다.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래요.” 결혼식도 미루고 준비한 세계선수권. 그는 결국 ‘메달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한편, 장미란(26.고양시청)은 28일 여자 최중량급(+75kg)에서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고양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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