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경, 유소연 ‘필드’ 이어 ‘살사’ 대결

KLPGA 유소연, 이보미, 서희경, 임지나(왼쪽부터) 선수.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존’ 경쟁에 이어 이번엔 ‘살사’ 대결이다.

2009 시즌 내내 국내 여자골프의 지존 경쟁을 펼친 서희경(23·하이트)과 유소연(19·하이마트)이 필드가 아닌 무대에서 장외대결을 벌여 화제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살사존 아카데미에 서희경과 유소연, 이보미(21·하이마트), 임지나(21·잭니클라우스) 등 여자골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환상적인 살사댄스 공연을 펼치기 위해서다. 해마다 대상 시상식에서 그해를 빛낸 선수들이 깜짝 이벤트를 벌여온 여자골퍼들은 이번에 살사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화려한 변신에 벌써부터 기대가 남다르다.

▲춤이라고 질수는 없겠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생겼다. 필드가 아닌 무대이기는 하지만 양보란 있을 수 없다.

골프계에서 ‘S라인’으로 통하는 서희경은 웨이브와 화려한 손짓이 좋다. 큰 키 덕에 팔이나 손동작을 쫙 펼치는 오픈동작을 할 때 S라인이 더욱 돋보인다. 작년에 원더걸스의 ‘노바디’ 공연을 펼쳤던 효과 덕인지 제법 리듬도 탄다.

바쁜 일정 때문에 연습 참여율이 가장 저조한 유소연은 스텝이 좋다. 뛰어난 운동 신경 덕에 체중을 이동하는 스텝이 좋다는 칭찬을 받는다. 체중이동을 통한 강력한 장타가 주무기인 유소연의 장기가 살사에도 그대로 통하는 듯 하다.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서툰 동작 때문에 실수가 많다. 안무 중간에 남자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점프하는 동작에서는 가끔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여자지만 일반인에 비해 큰 체격 때문에 남자 파트너들의 한숨을 짙게 만들었다.

남자 파트너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오는 고난도 동작에서는 머리를 바닥에 찢는 등 아찔한 실수도 나왔지만 그래도 신이 났다. 유소연은 “남자 파트너가 들어올리는 동작에서는 살짝 미안하기도 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다행히 모두 뛰어난 운동 신경에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

살사존아카데미 김정환 강사는 “운동선수들이라 그런지 일반인에 비해 습득이 상당히 빠르다.

특히 골프를 해서 그런지 체중을 이동하는 기술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땀 흘리며 우정도 쑥쑥

시상식에서 펼쳐질 공연은 불과 4~5분 남짓이다. 이 시간을 위해 서희경과 유소연은 2주 이상을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있지만 함께 땀을 흘려서 인지 선후배 간의 우정도 싹트고 있다. 서희경은 “소연이의 리듬감이 예사롭지 않아요. 몸이 유연하고 운동신경이 좋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잘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문제죠”며 유소연의 ‘끼’를 높게 평가했다.

유소연도 선배의 후한 평가에 “저만 연습에 빠져서 그런지 진도가 느려요. 처음이라 생소하고 몸이 뻣뻣한 느낌이 있지만 한일전에 가서도 틈틈이 연습할거예요”라며 애착을 보였다.

필드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숨겨둔 끼를 모두 보여주겠다며 성공적인 공연을 다짐하기도 했다.

서희경과 유소연은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줄 테니 기대해주세요. 골프연습만큼 열심히 하고 있으니 멋진 공연이 될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여자골퍼 4인방이 펼치는 환상적인 살사댄스는 오는 9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 대상 시상식에서 볼 수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