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스포츠] WBC 준우승·590만 관중…아듀 2009

입력 2009-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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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2009년은 한국 야구사에서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WBC에서 준우승 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프로야구는 590만의 관중동원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프로야구가 역사상 최다 관중을 모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일등공신은 WBC 준우승이다. 거기에다 전국구 구단 KIA의 우승도 관중동원에 기름을 부었고, 롯데, 삼성, 히어로즈의 4위 순위경쟁은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야구가 ‘투수 놀음’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는 이같은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SK와 두산이 수비와 주루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역시 대세는 투수력이 팀 성적을 좌지우지했다.

현대, 삼성, SK가 주도한 2000년대 프로야구는 투수력이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결과로서 말해주고 있다.

2009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KIA와 SK가 유이하게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나머지 3∼8위까지의 팀 성적은 정확하게 팀 방어율과 일치하고 있다. 2010년대 야구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투수력이 종속변수로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 나지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로망’을 선사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스몰볼이 한국프로야구의 대세를 이루고 있고 있는 점이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SK, KIA, 삼성, LG의 야구와 두산, 롯데, 히어로즈, 한화의 야구는 큰 틀에서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감독 중심의 세기의 야구와 선수중심의 자율야구는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한 마디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우위는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든 팀이 SK화(化)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성적에 목마른 구단 프런트가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김성근식 야구’인데, 이 방식은 SK에게만 어울릴 뿐이다. 다른 팀은 ‘자기방식’으로 색깔을 찾고 극복하고,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야구계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2009 프로야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야구 외적인 현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벌써 2010년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케이블 방송국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금 추세라면 전 경기 중계는 당연한 사실이고 중계권도 대폭 상승될 조짐이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이미 2010 프로야구가 초단기간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적어도 2009년은 프로야구가 비단 야구팬뿐만 아니라 국민들 마음속에도 자리 잡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은 너무나 많이 남았다. 야구가 보다 더 저변을 넓혀, 하나의 의미있는 문화로 자리잡아야 할 역사적 사명이 남아있고, 구장 인프라도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2009년 한국프로야구가 최고의 국민스포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한해였다면, 2010년은 야구가 ‘공놀이’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증명해주길 기원한다. 어쨌든 2009년은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아듀 2009!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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