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그만 쉽시다!”…배꼽잡은 4차원 정다래

입력 2010-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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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영 금 따고 엉엉 울며 ‘통곡 인터뷰’…기자회견선 예측불허 대답 등 매력발산
광저우의 성화가 서서히 꺼져간다. 총 45개국에서 1만4454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한국은 금메달 65개라는 목표를 훨씬 초과하면서 중국에 이은 아시아 스포츠 강국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했다. 연일 쏟아지던 금메달만큼이나 훈훈한 미담과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속출했던 광저우 대회의 ‘화제’들을 돌아봤다.


○‘4차원 소녀’ 정다래가 떴다

한국 남자 수영에 ‘몸짱’ 박태환이 있다면, 여자 수영에는 ‘얼짱’ 정다래가 있다. 대회 전부터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았던 정다래는 여자 평영 200m에서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금메달을 따내면서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가장 화제가 됐던 건 역시 ‘통곡 인터뷰’.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목놓아 엉엉 울면서 금메달의 감격을 토해냈다.

또 경기 직후 “다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고백한 복싱 밴텀급 선수 성동현까지 더불어 스타덤에 올랐다. 정다래는 박태환과 함께 한 금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이제 그만 쉽시다!”라고 외치는 등 ‘4차원 소녀’의 면모를 보였다. 곁에 앉은 박태환마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왕기춘과 아키모토의 ‘페어플레이’

남자 유도 73kg급의 왕기춘은 2008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경기 직후 메달 색이 아닌 ‘페어플레이’로 더 주목을 받았다. 왕기춘을 꺾고 금메달을 딴 일본의 아키모토 히로유키가 “발목 부상이 심했다. 왕기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그것을 이용하지 않은 데 대해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는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부상 부위를 피해 정정당당하게 경기했던 왕기춘도, 그 선의에 감사할 줄 아는 아키모토도 훈훈하기는 마찬가지. 왕기춘은 발목을 공격하지 않은 까닭을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만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 중국의 텃세

역대 최다인 42개 종목에 걸린 476개의 금메달.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종목의 더 많은 선수들에게 메달 획득의 기회를 주려는 의도는 아닌 듯 하다. 중국은 무려 200개에 육박하는 금메달을 거둬갔다. 2위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숫자. 그 와중에 여러 종목에서 편파 판정 논란까지 불거졌다.

게다가 원래도 아시아 최강국이었던 13억 인구의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드래곤보트, 댄스스포츠 등 중국이 강세인 종목을 두루 포함시켰다.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남자 체조 김수면은 마루에서 가장 뛰어난 연기를 펼치고도 중국 선수와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고, 중국이 댄스스포츠에 걸린 금메달 10개를 모두 가져가면서 한국은 은메달만 7개(동메달 3개)에 만족해야 했다.


○시상식의 미녀들…과로 논란까지


중국이 야심차게 내세운 ‘리이 메이뉘(시상식 미녀)’가 대회 초반 열기에 불을 지폈다. 8등신의 늘씬한 몸매에 얇고 타이트한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채 시상식에 꽃과 메달을 배달하는 도우미들이다. 옷이 몸의 굴곡과 속옷의 재봉선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을 정도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전국 90개 도시 110개 대학에서 나이 17∼25세에 키 168∼178cm의 여학생 550명을 뽑아 총 2600시간 동안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우미가 대기 도중 실신하는 사고가 나면서 ‘지나치게 혹사시킨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태권도 실격’ 대만, 혐한으로 화풀이

여자 태권도 49kg급의 양수쥔은 대만의 간판 스타. 하지만 예선 1회전에서 앞서나가던 도중 발뒤꿈치에서 비공인 센서 패치 2개가 발견돼 실격패했다. 경기 전 1차 장비 검사 때는 발견되지 않았던 패치다. 그런데 대만에서 ‘한국이 중국과 짜고 대만 선수에게 불이익을 줬다’,‘한국인 심판이 실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혐한 감정이 불타올랐다.

해당 체급에 한국 출전 선수가 없고, 당시 심판진에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대만 국민들은 체육위원회 건물 앞에서 태극기를 찢어 불태우고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화살을 애꿎은 한국에게 돌렸다. 양수쥔은 입국 인터뷰에서 “한국은 아무 잘못이 없다. 더 이상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야구 대표 윤석민, ‘내 이름이 빠지다니…’


대만과의 야구 조별 리그 첫 경기. 선발 류현진이 임무를 완수했다고 판단한 조범현 감독은 7회 교체 투수로 우완 윤석민을 올렸다. 하지만 윤석민이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시작하자 대만 벤치와 심판진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조 감독도 경기 전 제출한 엔트리에 윤석민의 이름이 빠져있다는 걸 발견했다.

황급히 다시 투수 교체. 윤석민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터덜터덜 덕아웃으로 돌아왔고, 몸을 미처 다 풀지 못한 봉중근이 대신 중책을 떠맡았다. 그 때 못 던진 한이 남아서였을까. 윤석민은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 야구의 금메달에 일조했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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