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카가와 亞 최강 MF” vs “지성·쌍용엔 걸음마 수준”

입력 2011-01-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혼다(왼쪽), 하세베가 버티는 미드필드 라인이 일본의 강점이다. 해외파의 대표선수 혼다가 절정의 기량으로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캡틴’ 박지성(오른쪽)은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압박한다. EPL 듀오 박지성과 이청용이 이끄는 한국의 미드필드는 일본보다 한수 위다.

“이래서 우리가 이긴다” 한·일 기자 날선 토크배틀
야스타카 시카마<닛칸스포츠 기자>vs남장현<스포츠동아 기자>
이제 축구전쟁이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51년 만의 아시아 제패를 위해 일본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2011 카타르 아시안 컵 4강전 한일전(25일)을 앞둔 24일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와 닛칸스포츠 야스타카 시카마(37) 기자가 ‘우리 팀이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한일 국제 기자배틀이다. 시카마 기자는 2001년 닛칸스포츠에 입사해 오사카 주재 기자로 야구, 스모 등을 맡아오다 최근 3년간 축구를 담당해왔다.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이번 배틀의 사회와 통역은 닛칸스포츠의 한국 국적의 노재진 기자가 도왔다.


○ 아시아의 왕은 하나


남장현(이하 남) : 한일전을 직접 보는 건 개인적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에서는 이번 일본전을 아시아 정상 도전을 향한 마지막 고비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일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시카마(이하 시) : 한일전은 50년 이상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경기다. 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긍정적인 경쟁을 벌였다. 더욱이 최근 5경기 연속으로 한국을 꺾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남 :
단순한 역사적인 의미였는가. 일본 젊은이들은 크게 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없다던데.


시 :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다. 올드 팬들에게 한일전은 빼놓을 수 없는 빅 카드다. 한국을 이기지 못하면 아시아 넘버원이 될 수 없다. 젊은 팬들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 타파를 모두 희망한다.


남 :
일본은 최근 한국과 붙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시 :
그간 관심이 부족했다. 월드컵 등 국제 대회가 자주 열리지 않았는가. 베스트 멤버들이 총출동한 적도 적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지금 아시안 컵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생중계한 아사히TV의 시청률이 무려 30%에 육박했다. 한일전이 열리면 시청률은 가볍게 40%는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는 정말 미안했지만 한국이 꼭 이란을 꺾길 희망했다.


○ 이래서 우리가 이긴다


남 :
일본이 한국보다 강한 부분이 뭐가 있는가.


시 :
일본은 혼다, 하세베가 이끄는 미드필드 라인이 아시아 최강이다.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던 혼다가 점점 나아지고 있고, 카가와가 작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절정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자케로니가 이끌지 않는가. 한국 사령탑에 대해서는 솔직히 처음 들었다.


남 :
글쎄, AC밀란과 유벤투스 등 빅 클럽을 이끈 사령탑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을 최고 기량으로 가꿔주고, 성장시키는데 있어 조광래 감독만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한다.


시 : 이게 올림픽 팀인가? 청소년 팀인가?


남 : 단순한 성장의 의미가 아니다. 뿌리와 기초부터 다잡아줄 수 있는 감독이 대체 일본에 있었는가? 항상 외국인 감독들만 모셔오지 않았는가. 오카다 감독도 사실상 한국에 의해 가모 슈 감독이 경질되면서 지도자에 오른 사람이 아닌가. 미드필드 얘기를 꺼냈는데 한국에게는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이 있다.


시 :
그래, 박지성의 실력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아시아 톱클래스다. 인정한다. 그러나 박지성을 키우고 뽑은 게 일본이라는 걸 알고 있는지?


남 : 제대로 성장한 것은 유럽에서였다. 지금 세계 축구를 이끄는 리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축구 선수라면 가장 동경하고, 꿈꾸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EPL에서 활약하는 것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막 걸음마를 뗀 카가와나 러시아 프로리그 혼다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 팀워크 전쟁


시 : 선수 레벨이 일본이 부족하다고 치자. 그렇다면 한국이 개인 능력을 강조하는데 반해 일본은 협동 정신과 조직력이 있다. 그들의 연계 플레이는 우월하다.


남 : 협동 정신이 강하다고? 개인주의는 일본이 심한데. 국가 기미가요가 나올 때 딴청 부리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 :
애국심에 대해서는 한국을 존중한다. 그러나 일본도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크게 바뀌었다. 국가가 나올 때 모든 선수들은 서로 어깨를 감싸 쥐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강한 의지를 준비한다. 팀 정신은 일본도 한국에 밀리지 않는다. 더욱이 감독 전술 활용에 대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왈가왈부하는 선수가 일본에는 없다.


남 :
일본에 팀 정신이 있다고? 작년 12월 닛칸스포츠의 보도로 일본대표팀이 수당 인상 문제로 A매치에 보이콧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선수들 전체가 이상한건가?


시 : 보이콧한다는 건 아시안 컵이 아니라 2∼3월 이후 친선전에 한해서였다. 그러나 선수들 모두가 프로이므로 국가대항전에도 적절한 보상은 마땅하다고 본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다. 승리수당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법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한일전을 이기고 결승에서 우승해야 한다.


남 : A매치를 보이콧하는 것이나, 아시안 컵을 보이콧하겠다는 것이나 똑같지 않나.


시 : 일본 선수단은 4강전을 앞두고 호텔을 옮겼다. 따스한 물이 훨씬 잘 나오는 걸로 만족할 수 있는 우리다. 돈이 아닌, 명예를 위해 싸운다.


남 : 그렇다면 이번 경기 예상 스코어를 말해 달라. 개인적으로 2-0을 생각하는데. 작년 월드컵 개막에 앞서 열린 사이타마 평가전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도 그대로 이뤄진다.


시 : 일본은 4년 전 대회 때 한국에 승부차기로 져 4위에 그쳐 아시안 컵 자동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 일본은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해 평가전 대신 아시안 컵 예선전을 치러야 했다. 특별히 양보할 테니 한국이 3위를 또 하고, 우승은 우리가 하겠다. 결과는 2-1이다. 한 골은 그간 고생한 박지성에 대한 특별한 우리의 선물이다.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