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중동 심판·전광판 미작동…뭐 이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레바논 경기가 펼쳐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는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가득 들어찼다. 거의 대부분이 레바논 관중이었다. 한국 교민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열정적인 응원을 펼쳤다. 한국 선수들이 볼만 잡으면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또한 동네 조기축구회 운동장만도 못한 울퉁불퉁한 잔디에 선수들은 볼을 잡을 때마다 애를 먹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악재였다. 그러나 경기 시작 후 생각지도 못한 외부 요인까지 하나 둘 씩 등장해 태극전사들을 괴롭혔다.

심판 배정부터 의심스러웠다. 중동(레바논)-동아시아(한국)의 대결에 주부심과 대기심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심판이었다. 사우디 주심이 레바논 쪽에 유리하게 판정을 내렸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중동 주심이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부담을 느꼈다. 전반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이용래의 반칙 판정도 미심쩍었다.

전광판이 작동되지 않은 것도 어처구니없었다. 경기장 본부석 오른 편에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켜지지 않았다.

전광판 작동 여부는 생각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물론 정확한 시간은 주부심이 모두 체크한다. 벤치에서도 코칭스태프가 따로 시간을 잰다.

하지만 선수나 관중들은 공개된 전광판의 시간을 보며 경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한다. 특히 원정 팀이나 끌려가는 입장에서 전광판 시간이 보이지 않으면 후반으로 갈수록 큰 압박을 받게 된다. 이래저래 불편한 90분이었다.

베이루트(레바논)｜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