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스펀지] 현역 배구지도자 80% , 세터·레프트 출신 왜?

입력 2012-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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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 출신 지도자가 세터를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감독이 공격수 출신이면 세터 코치를 두기 마련. 세터 출신 지도자가 많은 이유다. 인삼공사 박삼용 감독(오른쪽)도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왼쪽)가 팀을 떠나자 명 세터 출신 이성희 수석코치를 영입했다.스포츠동아DB

팀 아우르는 세터의 판단력 지도자에 유리
공격수 출신 감독도 코치는 세터 출신 선택
레프트 공격수, 리시브·디그 등 다양한 능력
연습구 때려주는 코치, 전문 공격수가 많아
배구지도자와 현역시절 포지션의 함수관계

배구에는 ‘세터 출신 명장이 많다’ 혹은 ‘세터 출신 감독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충분히 수긍은 가지만 100% 들어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스타플레이어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 진리는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다. 남녀 프로배구 지도자들의 현역 시절 포지션 분포도와 그에 따른 특징을 알아본다.


○레프트, 세터 출신 지도자 많은 이유



13명의 감독(남7, 여6) 중 세터 출신은 5명, 레프트는 7명, 라이트는 1명이었다. 코치 23명 중 세터 출신 5명, 레프트 12명, 리베로 5명, 센터 1명이었다. 합쳐보면 세터 출신 10명, 레프트 19명, 리베로 5명, 라이트 1명, 센터 1명이다. 레프트와 세터 출신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라이트와 센터는 별로 없는 게 눈에 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그런데 공격수 출신 지도자가 세터를 가르치는 데는 일정 정도 한계가 있다. 감독이 공격수 출신이면 대부분 세터 코치를 둔다. 세터 출신 지도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레프트 출신 인삼공사 박삼용 감독이 대표적 케이스다. 박 감독은 2010년 국가대표 세터 김사니가 떠나자 새로 영입한 한수지를 세밀하게 지도할 필요성을 느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명 세터 출신 이성희 수석코치를 영입했고, 바로 적중했다. 한수지는 작년 시즌보다 훨씬 향상된 기량으로 팀 선두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공격수인데 라이트 출신은 왜 레프트에 비해 지도자의 수가 적을까. 쉬운 이치다. 라이트는 레프트에 비해 전체 선수 층이 얇다. 보통 팀 당 레프트는 5∼6명, 라이트는 1∼2명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 후 지도자로 가는 숫자도 당연히 적다. 센터 출신이 별로 없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지도자의 첫 번째 관문은 코치다. 배구 코치는 공을 잘 때리는 능력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리시브나 디그 연습을 위해 하루에도 수 백 차례 공을 때린다. 아무래도 전문 공격수 출신이 유리하다. 작년 시즌까지 LIG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던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센터 출신이다. 그러나 공격수 못지않게 공을 잘 때렸다고 한다.

포지션 특징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인삼공사 박삼용 감독은 “레프트는 공격 뿐 아니라 리시브와 디그 등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지도자 성향과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터 출신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터 출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세터는 팀 전체를 아우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보는 눈이 숙달돼 지도자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터 출신 KEPCO 신춘삼 감독 역시 “세터는 야구의 포수와 비슷하다. 야구에도 포수 출신 지도자가 많다”고 동의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레프트와 세터 출신 중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에 따라 팀 스타일이 미세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신치용 감독은 “세터 출신은 세트 플레이 등 아기자기한 배구를 선호하고, 레프트 출신은 선 굵은 배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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