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아마선수 동기 부여” vs “지역간 불균형 심각”

입력 2012-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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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2010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도입했지만 일부 구단은 지역연고제에 기반한 1차 지명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도 신인지명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각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 스포츠동아DB

신인 1차지명 부활 찬반 대립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지역연고제를 유지해오다 2010년부터 전면 드래프트를 도입했다. 그러나 일부 구단에서 “지역 1차 지명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신인지명 제도는 또 한번 논란을 빚을 조짐이다. 반면 지역간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면 드래프트를 도입한 만큼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현재 삼성 LG 한화 넥센은 전면 드래프트를 지지하고, SK 롯데 KIA 두산은 지역 1차 지명 부활에 동조하고 있는 양상이다. 4대4패로 팽팽하다.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이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신인 드래프트 제도에 대해 삼성 송삼봉 단장과 SK 민경삼 단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왜 전면 드래프트를 지지하고, 지역 1차 지명 부활을 주장하는 것일까.


■ SK 민경삼 단장 “이래서 1차 지명 부활 찬성”

고교선수들 무분별한 해외진출 막을 대안
프로구단들의 아마야구 투자도 늘어날 것


연고지역 1차 지명 부활을 반대하는 구단의 입장은 이해한다. 현재 고교 감독들은 선수단 지도 외 각 지역에서 좋은 중학교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는 게 또 하나의 일이다. 선수들도 연고에 상관없이 천안북일고 등 명문고로 전학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간 불균형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연고지명 부활이 필요하다고 본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온다’, ‘프로 입단 후에도 애향심, 애교심을 가지고 뛴다’ 등 원론적 부분도 이유가 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연고제가 살아나면 선수 관리가 된다. 선수나 부모도 야구를 열심히 하면 프로구단에 들어갈 수 있고, 지원도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실력이 상향평준화할 기반이 마련된다. 최근 프로야구판의 큰 문제로 대두된 고교생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까지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김성민(상원고) 케이스만 해도 그렇다. 지금 전도유망한 고등학생 선수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해외로 무조건 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성공사례가 얼마나 되나. 제2의 김성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현재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면서 8개 구단은 사실상 아마야구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스포츠토토 아마야구육성지원금으로 형식적 지원만 하고 있을 뿐이다. 고교야구에서 예전처럼 최고교급 스타가 안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겠나.

지역연고제가 다시 살아나도 지금과 같이 도시권이 아니라 예전처럼 광역권으로 시행돼야 한다. SK만 해도 도시권이면 3개교밖에 없다. 최정을 뽑았던 유신고나 안산공고까지 범위를 광역단위로 넓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서울은 3개 팀(두산·LG·넥센)이 역순위로 하든지 학교를 분배하든지 하고, 1차 연고지명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계약금은 최저계약금을 지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하면 해결될 일이다.

신인지명제도를 놓고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행사했던 한화 관계자들의 모습. 한화는 현재의 전면 드래프트를 지지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삼성 송삼봉 단장 “이래서 1차지명 부활 반대”

고교팀 숫자 큰 차이…타지역 유출도 심각
3년밖에 안된 전면 드래프트 개정 너무 일러


연고지역 1차 지명 부활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성이다. 당연히 지역연고제를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 그리고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한 지 몇 년이 지났는가. 3년 정도밖에 안 됐다. 제도를 바꿀 당시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바꾼 것 아닌가. 그런데 벌써 또 지역연고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가.

지역연고 1차 지명 부활 이전에 근원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이다. 지역에 따라 고교팀 수가 현격하게 차이난다. 대구 지역에는 고교팀이 3팀밖에 없다. 경북에도 경주고 야구부가 해체돼 현재 포철공고 1팀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의 우수 학생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대구·경북 지역의 고교팀 성적이 좋지 않고 지원이 부실하자 부모들이 타지역 고교를 찾는다. 서울팀이나 천안북일고 등 지원이 좋은 팀들이 무차별적으로 지방의 우수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굳이 지역연고제를 부활하려면 고교 졸업 지역을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아예 초등학교나 리틀야구 등 어디서 야구를 시작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중·고교선수의 전학 문제도 해결되고, 어느 정도 지역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은 그동안 지역 아마야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침체된 지역의 아마야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KBO 지원은 오히려 아마야구가 활성화된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역 1차 지명 부활을 위해선 초·중·고 야구의 전학 문제 등 문제점부터 파악하고 토의를 거쳐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역별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지면 전면 드래프트를 폐기하고 지역연고제를 부활해도 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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