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알 스로인’ 3년 공들인 비밀무기

입력 2013-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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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FF 동아시안컵 2013' 남자부 개막전 한국 대 호주 경기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김진수. 상암|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홍명보호 인간투석기’ 왼쪽풀백 김진수 스타탄생 스토리

고3때 어깨부상 계기 특기 개발 결심
3년 노력 끝 길고 정확한 스로인 장착
활발한 공격가담 대표팀 새 옵션 진가
크로스 보완땐 ‘포스트 이영표’ 재목


20일 벌어진 호주와 동아시안컵 1차전의 깜짝 스타는 왼쪽 풀백 김진수(21·니가타 알베렉스)였다. 김진수는 A매치 데뷔전에서 풀타임을 뛰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김진수는 데뷔전답지 않은 대담함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영리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세트피스 때는 날카로운 왼발 킥을 자랑했다. 전반 41분, 김진수의 왼발 프리킥이 번쩍 빛났다. 김진수의 발을 떠난 볼은 공격수 김동섭(성남)의 머리에 정확히 연결됐다. 비록 김동섭의 헤딩슛은 골문을 벗어났지만 이날 가장 좋은 찬스 중 하나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롱 스로인 실력이었다. 문전 부근 터치라인에서 던지는 스로인은 크로스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인간투석기’로 잘 알려진 영국의 로리 델랍(반슬리)을 연상케 했다.


● 전화위복으로 강해진 어깨

김진수의 스로인 실력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그는 어깨부상이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김진수는 177cm로 키는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구를 자랑한다. 그러나 어깨 힘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부상이 그의 어깨를 보물로 만들었다. 신갈고 3학년 무렵 어깨를 다쳤다. 재활 기간동안 자연스레 어깨 보강 운동에 신경을 쓰면서 점차 어깨 힘이 강해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이참에 아예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왼쪽풀백이 스로인 실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에서였다. 어깨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틈날 때마다 스로인 훈련에 매달렸다. 시간이 가면서 멀리 정확하게 던지는 요령을 깨우쳤다. 3년 동안 꾸준히 흘린 땀은 배신을 하지 않았다, 김진수는 롱 스로인이라는 무서운 무기를 만들어냈다.


● 대담함+악바리

김진수는 A매치 데뷔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를 봐 온 에이전트 FS코퍼레이션 김성호 실장은 “(김)진수는 담력 빼면 시체다”며 웃음 지었다. 악바리 근성도 뛰어나다. 특히 일대일 대결에서는 지고 못 산다. 자신보다 체격이 좋은 상대와 맞부딪혀도 정면대결을 피하지 않는다. 활발한 공격가담도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소속 팀인 니가타는 그를 아예 하나의 공격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진수는 작년 나고야 그램퍼스와 경기에서는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 엘리트 코스 모두 거쳐

사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김진수를 동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 포함시켰을 때 생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그는 유·청소년 각급 대표팀을 모두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선수다. 2009년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과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모두 주전으로 각각 8강, 16강을 이끌었다. U-17 월드컵 때는 주장이었다. 두 대회 모두 이광종 감독이 지휘했는데, 이 감독은 중앙수비에 공백이 생기면 키가 큰 편이 아닌 김진수를 중앙으로 이동시킬 정도로 큰 신뢰를 보였다. 홍 감독도 김진수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2011년 3월 홍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울산에서 중국과 평가전을 치를 때 불러 기량을 점검하기도 했다.


● 위기를 딛고 이영표 후계자 꿈

김진수는 고교 3학년 때 축구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다. 어깨에 이어 여러 차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 때마다 포기하지 않았고 오뚝이처럼 다시 부활했다. 김 실장은 “고 3때가 아마 가장 힘든 시기였을 텐데 잘 이겨내 줬고 이후에는 큰 굴곡 없이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진수는 이제 더 높은 꿈을 꾼다. 한국축구는 이영표(36·밴쿠버)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쟁쟁한 왼쪽 풀백 자원들이 차례로 명함을 내밀었지만 100% 합격점을 받은 선수가 없다. 김진수의 약점은 크로스 능력이다. 호주와 경기에서도 몇 차례 부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경기경험을 더 갖춘다면 이영표의 후계자 경쟁 구도는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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