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의 외국인투수 유네스키 마야(왼쪽)가 12일 잠실 LG전에 앞서 양상문 감독을 찾아 전날(11일) 있었던 욕설 파문을 사과했다. 양 감독은 마야의 손을 잡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LG 측에 미리 알리지도 않은 채 불쑥 찾아와 사과하는 결례를 범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사과라는 것은 쉽지 않은 행위다. 내 잘못을 시인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느껴질 때, 사과는 빛을 발한다.
두산은 12일 외국인투수 유네스키 마야를 양 감독에게 보내 ‘11일 욕설파문’에 대해 사과를 지시했다. 두산은 하루빨리 ‘욕설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산은 자신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사과마저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사과의 절차부터 결례였다. 마야가 사과하러 올 것이란 정보를 LG 양상문 감독은 사진기자들에게 전해 들었다. 마야가 오기까지 채 1분도 안 된 시간이었다. 물론 LG 홍보팀도 두산 프런트로부터 그 어떤 사전 언질을 듣지 못했다.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양 감독의 이해를 받아내고, 취재진 앞에서 ‘인증샷’만 연출하고 사라진 꼴이다.
둘째 이렇게 ‘호떡집에 불난 듯’할 수 있었던 사과를 왜 사건 당일인 11일에는 안 했느냐는 것이다. 일이 터지자 마야의 과오를 축소, 은폐하고 LG의 잘못을 들춰내려는 두산 프런트의 접근방식이 잘못된 탓이다. 두산은 11일 “마야는 ‘빨리 야구하자’는 뜻으로 중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LG가 오해하고 흥분했다”는 해명으로 스스로 사건을 빨리 진화할 수 있었던 퇴로를 끊어버렸다.
놀라운 사실은 대외적으로 이렇게 말해놓고 두산은 매니저를 통해 LG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두산 선수와 코치 중에서도 LG에 사과 메시지를 전한 이가 있었다. 이미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만 팬과 언론을 향해서만 여론전으로 ‘간 보기’를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셋째로 납득할 수 없는 점은 마야가 욕을 했는지조차 하루가 지나서야 파악하고 그제야 사과를 하러 나선 태도다. 두산 구단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해이한지를 스스로 공개한 셈이다.
두산은 그동안 사고가 터지면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해명과 침묵으로 당장 처한 곤경을 벗어나는데 급급했던 일이 종종 있었다. 두산이 가지고 있는 전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난 것은 이렇게 자기편의적인 닫힌 조직문화가 한몫 했을 것이다. 안 되는 집안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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