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Clean] 구분 어려운 스포츠도박…경기 중 돈 걸면 ‘무조건 불법’

동아닷컴DB

■ 법질서선진화과장 특별 기고


최근 불법 도박은 인터넷 게임 형태 위장
경기 중간 중간 수천번 이상 베팅도 가능
합법 스포츠토토 경기 시작 전에만 베팅
“선수와 관중의 신뢰가 정정당당 첫 걸음”

“점에 얼마짜리 고스톱부터 처벌되나요?”

고스톱이 국민오락(?)이다 보니 고스톱을 예로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얼마 정도 돈을 걸어야 도박죄가 되는지 묻는 질문인 것 같다.

도박죄는 형법에 다음과 같이 규정돼 있다.

‘제246조 제1항.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법문으로만 보면 도대체 얼마짜리부터 처벌되고, 얼마짜리까지 일시 오락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박을 도대체 어떤 이유로 처벌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좀 어려운 말로는 보호법익(保護法益)이라고 하는데, 보통 ‘국민들의 건전한 근로 감정’ 또는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의 건전한 사회풍속’으로 설명된다. 즉,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하는 대신 우연한 승부에 기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박을 처벌하는 것이다. 따라서 1점에 1000원이라거나 1만원이라거나 하는 금액만으로는 도박죄 해당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재물의 근소성, 그 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도박에 건 재물의 많고 적음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했는지, 참여자들의 월수입이나 재산은 어느 정도인지, 도박에 건 돈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했는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그냥 인터넷 게임 아닌가요?

고스톱이 도박의 가장 전통적인 유형이라면,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한 도박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도박의 특징은 마치 전자오락이나 인터넷 게임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그것이 도박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운동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를 인터넷 게임 중 캐릭터의 하나로 바꾸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의 행위 하나하나에 베팅을 하게 된다. 마치 인터넷 게임이 주목적인 것처럼 가장을 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도덕관념을 크게 건드리지도 않는다. 또 쉴 새 없이 진행되는 운동 경기의 중간 중간에 돈을 걸어 그 결과에 따라 즉시 입·출금이 반복된다.

야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가장 단순한 형태의 도박은 해당 경기의 승패에 돈을 걸고, 경기가 끝난 뒤에 배당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런 단순한 형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볼넷을 먼저 얻는 팀이 어느 팀인지, 안타를 먼저 때리는 팀이 어느 팀인지, 점수를 먼저 내는 팀이 어느 팀인지 등 지극히 세부적인 것에 베팅을 할 수 있다. 또 투수가 첫 번째 던지는 공이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첫 번째 타자가 출루하는지 못하는지 등 게임 중에 일어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해 베팅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베팅 자체를 세세하게 쪼개어 한 게임에 수백 번, 수천 번 베팅하게 만들 수도 있다. 베팅할 수 있는 돈을 게임 머니의 형태로 바꾸어둔 다음 각각의 행위에 수시로 돈을 걸어 그 결과에 따라 점수로 표시되게 하고 경기가 끝난 뒤 남은 돈을 다시 환전하게 하기도 한다. 도박 참여자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게임에서의 점수 획득과 같은 것이라고 쉽게 믿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과 도박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합법화된 인터넷 게임 중에 실제로 돈을 거는 게임은 전혀 없다. 즉, 금액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어떤 형태로든 ‘운동 경기 도중에 돈을 거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보면 된다. 스포츠 복권은 운동 경기의 시작 전에 미리 그 결과에 대해서만 예상하고 복권을 사는 것이어서 운동 경기 도중에 돈을 거는 것이 아니다.

●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닌가요?

인터넷 게임과 같은 형태로 진행되는 도박은 상당수 선수들이 경험해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경기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경우 불법에 대한 인식 없이 게임을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선수 중에 누군가 불법도박에 참여했다면 일반인들은 그 자체로 승부가 조작되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란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실력에 따라 승부가 나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거기에 종사하는 선수가 관여되어 있다면 승부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승부의 정당성에 의심을 하게 되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된다. ‘짜고 치는 고스톱’에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결국 관중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게 된다. 프로스포츠로서의 존립 기반을 잃게 되고, 선수는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은 정정당당의 기본 조건

프로스포츠는 선수와 관중의 상호 배려와 신뢰 속에 발전한다. 선수는 최선을 다해 플레이함으로써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관중은 선수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 반해 경기장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정신이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근절이 정정당당을 실현하는 기본 조건임을 선수와 관중 모두가 인식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