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10성’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2016-07-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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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34년 역사상 총 8번 최정상에 오른 삼성. 추락을 모르던 사자군단이 순위표 맨 밑에 위치했다.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던 삼성의 추락은 누구의 책임일까. 10일 대전 한화전에서 팀 패배를 지켜보는 삼성 선수단.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0위 삼성. 불과 1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숫자다. 삼성은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총 8회 정상에 오른 팀이다. 통합우승을 차지해 스스로 포스트시즌을 없앤 1985년을 포함해 단 6번을 제외하고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명문 중의 명문이다. 그만큼 올 시즌 대 추락은 매우 충격적이다. ‘10성’, ‘꼴성’으로 조롱받는 명문구단의 추락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내부진단 없이 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구단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개막 전 삼성의 2016시즌 목표는 다시 한번 우승권 도전이었다. 팀 내부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급격한 내부 변화 속에서도 전장에 서 있는 장수로 “위기는 기회다. 또 한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속내는 조금 달랐다. 류 감독은 사석에서 “쉽지 않은 여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1월 취임한 김동환 대표이사의 냉정한 내부 진단이 있었다면 안일하고 막연한 ‘또 다시 우승 도전’이라는 목표 설정 대신 철저한 체질 개선 및 시스템 재정비로 수정할 수도 있었다. 특히 전력적인 측면에서 삼성은 마무리(임창용), 클린업 트리오 중 2명(박석민, 야마이코 나바로)이 빠진 상태에서 새 시즌을 맞았다. 팀 핵심 전력이 이탈했지만 현장만큼 구단 경영진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육성 시스템을 과신한 실책

삼성은 2004년을 끝으로 외부에서 단 한명의 프리에이전트(FA)도 영입하지 않았다. 2009년 포스트시즌에 탈락했지만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구단 내부에서는 육성시스템을 과신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경산 볼파크에 비비아크(Baseball Building Ark)를 개관하며 육성시스템을 더욱 체계화했다. 훌륭한 선택이며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2010년대 삼성의 전성기에는 현금 트레이드한 장원삼, 해외에서 복귀한 임창용과 이승엽 등 사실상 FA영입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외부 수혈이 존재했다. 육성만으로 4회 우승을 차지한 것이 아니었지만 착시효과가 컸다.

더 이상 부잣집이 아닌 삼성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삼성 라이온즈의 대주주는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었다. 그룹 최고 경영진은 장기적으로 자립생존을 주문했다. 당장 선수들이 체감할 정도로 연봉이 줄어든 것도 아니고 똑 같은 호텔에서 자며 풍족한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팀 전체에 ‘더 이상 우리가 최고 부자 구단이 아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퍼졌다. 작지만 큰 변화다. 타 팀이 혀를 내둘렀던 과감한 투자의 실종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 가장 먼저 드러났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 3명 없이 장기간 경기를 치렀다. 10위 추락의 첫 번째 원인이다. 아직 5위권 추격이 불가능할 만큼 격차가 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선의 고령화, 한두 명씩 다가오는 FA권리 취득 등 든든한 모기업이 사라진 삼성을 기다리고 있는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매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팀의 목표 설정에 변화를 줘야할 시기인지도 모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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