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Clean] 아마 선수들의 ‘도박 불감증’,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입력 2016-07-28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 아마추어까지 덮친 ‘검은 유혹’

주로 동료들에 의해 호기심으로 접근
불법 스포츠도박의 심각성 인지 못해
아마추어스포츠 ‘도박예방교육’ 절실


이태양(NC), 문우람(넥센)이 승부조작을 하게 된 배경에는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존재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창원지방검창철은 브로커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선수를 연계해 승부조작을 꾀했고, 배당금을 높여 1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을 공개했다. 또 다시 프로야구계에 승부조작 파문이 일자 이번에는 뿌리를 뽑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가 활개를 치고 있는 한 근절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불법스포츠도박은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스포츠에도 뿌리가 박혀 있어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단순 호기심으로 시작…소외되지 않기 위해

아마추어 선수들이 불법스포츠도박에 손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올해 4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쇼트트랙 선수 18명은 경찰 수사에서 “주로 훈련 도중 쉬는 시간에 선배들이나 동료들에게 얘기를 듣고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야구 선수도 대학 재학 시절 동료로부터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와 관련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친구들 몇 명이서 노트북을 켜놓고 웃고 있었다. 궁금해서 가봤더니 게임판 같은 사이트를 열어놓고 얘기를 하고 있더라. 국내스포츠뿐 아니라 해외축구, 미국프로농구까지 다양했다. 그 무리 중 한 명이 나한테도 해보라고 권유했는데 왠지 하지 말아야할 것 같아서 자리를 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안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게 되더라. 그때(아마추어 시절)는 동료들이 중요한 시기니까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흔들렸지만 참아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의 문제점? 심각성 인지 못해

처음에는 호기심이었지만, 쉽게 돈을 벌게 되면서 도박은 상습이 된다. 베팅 금액 규모도 점점 커진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3명은 국내프로야구를 비롯해 농구 관련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1인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씩 상습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올바른 길로 지도해야할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 쇼트트랙국가대표 코치는 무려 700여 차례에 걸쳐 4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더 큰 문제점은 불법스포츠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사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불법 베팅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김선형(SK)은 사과문을 통해 “대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사설 인터넷 사이트에 베팅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불법스포츠도박으로 경찰에 입건된 쇼트트랙 선수들 중에도 도박으로 돈을 딴 내용을 마치 자랑하듯 SNS에 올려놓는가 하면,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또 다시 사설 인터넷사이트로 불법도박에 손을 댄 선수가 있었다. 불법스포츠도박이 잘못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마추어도 불법스포츠도박은 평생 족쇄

‘한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만연하다. 그러나 불법스포츠도박에 손을 댔다면 횟수에 상관없이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김선형도 프로가 아닌 중앙대 시절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베팅 금액이 적고 아마추어 시절에 했던 행위임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한국프로농구 간판스타인 그를 아꼈던 팬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불법스포츠도박 파문 이후 빙상경기연맹의 요청으로 특별소양교육을 했던 법무부 양중진 부장검사는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교육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선수들의 인식이었다.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행동이 잘못된 건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교육을 통해 선수들에게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선수들 스스로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동을 조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