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민 “찬희야, U-20 월드컵 통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렴”

입력 2017-01-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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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전남 현영민(오른쪽)은 5월 국내에서 개최되는 U-20 월드컵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 한찬희를 향해 “이번 대회를 통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더 좋은 도전을 하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4강 신화 선배 현영민이 4강 도전 후배 한찬희에게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현영민

난 국가대표도 해봤고 월드컵도 나가봤고
이제 포지션 최고 기록 달성이 마지막 꿈
은퇴하기 전에 우승 트로피 하나 챙겨야지
지도자 길? 노상래 감독님 보고 많이 배워

2017년 U-20 월드컵 4강 도전 한찬희

4개월밖에 안 남은 본 무대…너무 설레요
저도 형님처럼 A대표팀 멤버로 월드컵 꿈
올해 우리도 6강 넘어 4강에 도전해야죠
영문이름 새겨진 전남 유니폼 입고 싶어요


2017년 한국축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5월 20일∼6월 11일 국내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은 여자월드컵을 제외한 FIFA 주관 메이저대회를 모두 개최한 지구촌에서 손꼽히는 국가가 됐다. 흥행의 핵심은 개최국의 성적이다. 아무리 철저히 대회를 준비하고, 손님맞이를 잘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를 기억한다. 당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4강에 오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풀렸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올해 한국은 또 한 번 4강 신화를 꿈꾼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포르투갈에서 3주 일정의 강화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 서귀포에서 마친 1차 훈련에 이은 2차 훈련이다. 훈련 멤버가 35명에서 25명으로 줄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선수가 한찬희(20·전남 드래곤즈)다. 주장으로 선임돼 동료들과 열심히 손발을 맞추고 있다.

포르투갈로 출국하기 직전 한찬희는 소속팀 선배와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15년 전 한국은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다. 성인무대에서의 최고 성과다. 여전히 팔팔하게 초록 그라운드를 누비는 전남 베테랑 수비수 현영민(38)은 당시 23명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지금까지 현역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선수다. 찬란한 역사를 만든 나머지 22명은 모두 유니폼을 벗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현영민과 한찬희는 월드컵 등 몇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전남 광양의 클럽하우스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비록 과거와 현재 각자에게 펼쳐진 무대는 다르지만, 목표의식만큼은 닮아있었다. 그 덕분에 선·후배의 대화는 훈훈하고 풍성했다.

국가대표 시절 현영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열정


현영민(이하 현)=내 동기가 너를 고교에서 가르친 선생이더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솔직히 2002년 고참이던 홍명보(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황선홍(FC서울 감독) 형님들이 35∼36세까지 현역을 유지하길래 나도 딱 그 정도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래 선수로 남을지는 몰랐어.


한찬희(이하 한)=형님의 몸 관리는 정말 알아줘야죠. 한 방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심지어 영어공부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 방향이 잡히고 있습니다.

현=아니지, 젊음이 좋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잖아. 난 항상 네 패기와 열정이 부러워. 나도 내 포지션에선 항상 최고라고 생각하며 뛰었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일 때도, 또 프로와 아마추어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한 시절이 있었어.

한=그래도 경험이 대단해요.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잖아요. 분위기가 가라앉아있을 때 분위기를 북돋워주시는 것도 형의 몫이죠. ‘아, 내가 선배가 되면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때가 많아요.

현=결국 믿음이야. 네가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항상 신뢰를 주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해. 생활적인 부분에선 유쾌함으로 주변 사람들이 끊이질 않도록 해야 하고, 필드에선 실력을 통해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고. 그러고 보니 벌써 (U-20) 월드컵이 코앞이네?

U-20 청소년대표 한찬희. 스포츠동아DB



● 월드컵

한=점점 본 무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U-18 대표팀 때부터 꾸준히 현 체제의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언제 결전을 치르나’ 생각했는데, 4개월밖에 안 남았잖아요.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지금도 또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정말 그 순간이 되면 어떨까 너무 설렙니다.

현=상황이 많이 다르긴 한데, 내가 월드컵에 나갈 때는 아직 한국이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을 시기야. 더욱이 막내 신분이라 출전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크게 떨리진 않았어. 다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자는 생각이었지. 난 비교적 즐겼다고 할까.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은 전혀 없어.

한=2002년은 제가 다섯 살 때였어요. 솔직히 당시 분위기는 잘 몰라요. 그래도 TV 재방송을 통해 가끔 그 때의 화면을 접하는데, 그 때마다 뭉클해요. 가슴이 괜히 떨리고.

현=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억이고, 소중한 추억이지. 더욱이 당시 활약했던 선배들이 지금 한국축구에서 큰 역할들을 하고 있으니. 찬희가 이번 대회를 통해 널리 이름을 알려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더 좋은 도전을 하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어. 솔직히 목표가 뚜렷해야 해. 아무런 감흥 없이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을 보내기보다는 확실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추길 바란다.

전남 현영민. 스포츠동아DB



● 비전

한=저도 형님처럼 A대표팀 멤버로 월드컵에 서겠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어요. 그런데 형님 목표는 뭐였어요? 어떤 것을 위해 뛰었고, 그 꿈에 다다랐나요?

현=대개 생각한 목표는 거의 다 이룬 것 같아. 국가대표도 했고, 월드컵에도 나가봤고. 물론 현재진행형인 꿈도 있지. 내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록을 남기고 당당히 은퇴하고 싶어.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그런 기록을 남기고 떠나는 거지.

한=국가대표로 꾸준히 뽑히다보면 나중에 A매치에서 은퇴식을 열어주곤 하잖아요. 전 대한축구협회에서 열어주는 은퇴식을 통해 이별을 알리고 싶어요. 언젠가 유럽에서 실력을 펼치고 싶고. 형은 지도자 준비도 하시잖아요?

현=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대치(지도자 B라이선스)는 3년 전에 일단 마쳤어. 은퇴 후 A급과 P급에 도전해야지. 지금 노상래(47) 감독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려 하고 있어. 너도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한=안 그래도 운동 틈틈이 조금씩 하고 있어요. 어려워요.

현=오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봐. 머리가 깨어있는 시간을 점차 늘려보는 것은 어때? 가급적이면 활동적으로 아침을 보내고. 나도 아마추어 시절에는 새벽운동을 하고 아침식사 후 부족한 잠을 청했는데, 점차 그 시간이 아까워지더라. 하다못해 조조할인 영화를 보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있어.

한=정말 형님은 대단해요. 팀 훈련 전에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깨워놓고 가는 모습부터 놀랄 때가 많아요. 형님과 선배들은 올 시즌 전남이 어떨 것 같아요?

전남 한찬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남

현=지난 시즌 6강 진입과 최종순위(5위)가 우연히 이뤄진 성과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지. 솔직히 비시즌 동안 강원FC가 대어급 선수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큰 화제가 됐고, 전북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 FC서울 등 기존 상위 클래스 팀들이 나름 알차게 보강했잖아. 그래도 부럽진 않아. 부딪혀볼 만하다고 봐.

한=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목표가 뚜렷하잖아요. 6강 이상, 4강에도 도전해야죠. 가능하다면 제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진 유니폼도 지급받아보고 싶고.

현=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말하는 거지?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해. 주변 구단들의 영입 소식을 보면서 승부욕도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고. 우리는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하면서도 나름 알차게 준비했잖아. 기존 동료들도 상당수 잔류했고.

한=맞아요. 기존의 흐름을 이어갈 환경이 마련됐으니, 기왕에 하는 것 우승 트로피도 이제 하나쯤 들어올릴 타이밍이 됐죠.

현=서울에서 뛰던 2010년과 2012년 K리그 정상을 경험했는데, 이제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됐네. 찬희 말이 맞지. 나도 현역에서 물러나기 전에 우승 트로피를 뭐든 하나는 챙겨놓고 가고 싶어.

전남 한찬희-현영민(오른쪽).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현영민


▲생년월일=1979년 12월 25일

▲출신교=경희중∼경희고∼건국대

▲프로 경력=울산현대(2002∼2009년), FC서울(2010∼2012년), 성남일화(현 성남FC·2013년), 전남 드래곤즈(2014년∼현재)

▲주요 국가대표 경력=2002한·일월드컵(A매치 15경기), 2002부산아시안게임


● 한찬희


▲생년월일=1997년 3월 17일

▲출신교=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프로 경력=전남 드래곤즈(2016년∼현재)

▲주요 국가대표 경력=U-20 대표(15경기·2골)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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