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현수(오른쪽에서 2번째)가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의 경기 전반전에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볼은 이란의 오른쪽 골포스트를 빗겨나가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전반전 강한 압박으로 기선제압 했지만
잦은 패스미스·문전 볼 처리 미숙 답답
포백 포진 전북 삼총사 오버래핑도 부족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에 이어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한 조에 편성된 이란은 익숙한 만큼이나 한국축구에 불편했다. 이전 우리의 라이벌이 일본이었다면 이젠 이란으로 무게가 옮겨진 분위기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리의 A조 홈 9차전은‘절박함’한 단어로 정리됐다. 월드컵 본선에 일찌감치 오른 이란에 비해 우린 내내 불안한 행보였다. 90분 사투는 물론, 결전을 기다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현장과 데스크를 연결해 ‘Q&A‘ 형식으로 이란전을 복기했다.
Q=기성용(스완지시티)∼남태희(알 두하일)∼김기희(상하이 선화)가 제외됐다.
A=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에게 제출할 출전 엔트리는 8월 21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이어진 국가대표팀 훈련캠프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 중인 26명을 소집했기에 3명은 벤치가 아닌, 일반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해야 했다.
킥오프를 3시간여 앞두고 출전엔트리 23인이 공개됐을 때 놀라움의 반응이 나왔다. 무릎 부상으로 회복훈련에 매진한 기성용의 결장은 일찍이 예고됐지만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기회를 잡았던 측면 날개 남태희, 최종예선 4경기에 나섰던 중앙수비수 김기희의 제외는 의외였다.
김민재(전북현대), 권경원(톈진 취안젠) 등 A매치 경험이 전무인 새내기들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는 반증이다. 물론 이대로 끝은 아니다.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열릴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10차전(최종전)을 위해 태극전사들은 다시 원점에서 경쟁해야 한다.
Q=베스트 라인업을 향한 궁금증도 컸는데.
A=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8월 3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말을 아꼈다. 철저히 비공개 훈련을 했다. 전략·전술도 일절 함구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감독 못지않게 취재진도 정보가 부족했다. 아니나 다를까. ‘깜짝 카드’가 있었다. 올 시즌 K리그를 휘젓는 김민재가‘뉴 캡틴’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호흡을 맞췄고, 공격 2선을 주로 책임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포백 수비진 측면과 중앙을 맡은 장현수(FC도쿄)와 더블 볼란치로 나섰다. 1차 저지선을 최대한 두텁게 해 힘을 앞세운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부상을 안고 있어 불투명했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은 각각 윙 포워드, 원 톱으로 스타팅 출격했다. 신 감독은 공격 콤비의 출전여부에 대해 “애매하다”는 말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최근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에서 꾸준히 출전해 경기력을 끌어올린 권창훈(디종)도 선발로 나섰다. 실전감각이 주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해석된다.
Q=우리가 초반부터 강공을 펼쳤다.
A=강하게 압박했고, 과감히 돌파했다. 소집훈련을 시작하면서 신 감독은 “성격상 맞불을 놓고 싶지만 이는 잠시 접어두겠다”고 했다.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뉘앙스. 막상 뚜껑이 열린 모습은 달랐다. 특유의‘돌려치기’로 적극 전진했다. 프리킥을 얻었을 땐 최종예선 무실점의 이란 수비벽과 강하게 충돌하는 투지를 보였다. 2∼3명씩 달려들며 압박한 것도 달랐다. 수비에 내려왔을 때는 온몸을 던졌다. 상대 위험지역에서의 볼 배급이 다소 둔탁하고, 리바운드 볼 처리가 부정확해 측면 공략이 한동안 잘 풀리지 않았어도 기 싸움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Q=팀 조직은 어땠는지.
A=장현수는 “작은 실수로 실점하며 졌다”고 과거 이란전을 복기했다. 2011년부터 케이로스 감독과 호흡했던 이란에 비해 열흘 간 손발을 맞춘 신태용호였기에 조직력을 걱정했다. 대표팀은 포백 수비진에 전북 3총사를 기용했다. 좌우 풀백에 김진수∼최철순, 김민재가 중앙에 버텼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만원관중의 큰 함성에 소통이 쉽지 않았다. 위치를 조정하고 플레이를 조율하기가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오버래핑 빈도도 많지 않아 답답한 느낌을 줬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