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자유형 남경진, “아시아 정상과 올림픽 향해! 오늘도 살과 싸운다!”

입력 2017-09-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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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남자자유형 국가대표 남경진이 최근 전지훈련지 강원도 평창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아시안게임 정상과 올림픽 출전을 향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평창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듬직한 체구, 코와 턱의 수염을 길게 기른 29세 청년이 매트에서 땀을 훔치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레슬링 남자 자유형 국가대표팀 남경진(울산남구청)이다. 체격이 남다르다. 115kg. 그런데 뚱뚱하지 않다. 어기적어기적 뒤뚱거리는 이상한 걸음걸이도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느껴지는, 딱 좋은(?) 몸이다.

선선하고 쾌적한 가을의 기운이 가득한 강원도 평창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남경진은 자신의 몸이 불만스럽다. 너무 날씬하단다. 레슬링 자유형 중량급은 통상 97kg, 125kg으로 분류되는데 그는 가장 높은 체급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국제무대 중량급에서 10kg의 차이는 엄청난 격차를 가져온다. 기술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힘의 차이다. 9점차로 넉넉히 앞서다가 역전패를 종종 당하는 것은 바로 부족한 체중에서 비롯됐다. 그래도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무기다.

대한민국 레슬링 자유형은 극도의 침체기를 걷고 있다. 과거에는 구소련 선수들이 유력한 경쟁자였다면 지금은 그곳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동구권 선수들이 대거 늘어나 세계대회에서의 싸움은 훨씬 치열해졌다. 나름 꾸준히 성과를 내는 그레코로만형과 대조적이다.

남경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어깨가 정말 무겁다. 자유형에서의 세계 정상, 쉬운 미션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절대 강자로 통하지만 워낙 선수 풀(Pool)이 얇은 탓에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에 가깝다.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레슬링 자유형. 남경진은 “계속 체중을 불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라 우리의 부활을 알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체중 키우기에 매진한다고 하는데.

“남들은 체중감량이 어렵다는데, 난 찌우는 것이 더 어렵다. 운동량이 워낙 많다보니 속이 좋지 않고, 식사도 많이 못 한다. 정말 힘든 싸움이다.”


-체중의 영향이 그렇게 큰가.

“힘이다. 중량급일수록 크게 불리하다. 1회전까지 잘 버티더라도 2회전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다. 테크닉과 기술연마를 많이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힘의 차이를 여실히 느낀다.”


-국내에서는 최강자다.

“라이벌이 많아져야 한다. 자유형을 기피하는 면도 없지 않고 선수층이 얇다보니 늘 만나는 선수들과만 겨루고 스파링을 할 뿐이다. (125kg급) 동료들은 10여명 안팎이다. 파트너들의 부족이 너무 아쉽다.”


-해외에서의 경쟁력은 어떤가.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하면 기술이나 테크닉에서 크게 상대에 밀리지 않는다. 스피드도 꽤 좋다.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한계도 확인했다. 체중에서 비롯될 힘. 일단 5kg 정도 더 찌우려 한다. 최대한 야식을 챙겨먹고 또 건강보조제를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대개는 국내에서의 싸움이다.

“2012런던올림픽을 위해 3차례 국제 쿼터대회에 출전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출전은 실패했다. 그런데 계속 외국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실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할 만 하단 생각도 있었고 두려움도 없었다. 강호와 싸우면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면역도 생긴다. 그렇지만 결국 원점이고 제자리걸음이다. 최대한 많은 선진 레슬링을 경험해야 한다.”


-목표가 무엇인가.

“일단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2014년 인천에서 3위를 했다. ‘중량급은 어렵다’는 편견도 깨고 싶다. 5월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8월 세계선수권을 거치며 희망을 얻었다. 자신감도 생겼다. 일단 아시안게임을 제패하면 세계선수권을 노크하겠다. 자유형에서 15년 동안 메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자유형을 택한 것을 후회해봤나.

“절대, 단 한 번도 없다. 그레코로만형을 택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해봤지만 결국은 자유형이다. 주특기인 태클과 공격적인 기술을 선호하다보니 자유형이 체질에 맞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국제대회를 2020도쿄올림픽에서 치르길 바란다. 운동하면서 올림픽에 한 번은 나가봐야 하지 않겠나. 이를 악물고 버티며 또 버티려 한다.”

평창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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