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업+현미경 분석’ 대한항공, 챔프전 왕좌 숙원 풀까

입력 2017-09-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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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은 올 시즌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스피드’까지 장착했다. 강력한 양 날개에 속도까지 더한 대한항공이 우승을 향해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은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2010~2011시즌 이후 늘 우승 후보로 꼽혔다. 국내선수층이 워낙 탄탄했던 데다, 외국인선수 농사에서도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실제로 2010~2011시즌 이후 마이클 산체스(쿠바)가 중도하차하고 파벨 모로즈(러시아)가 합류한 2015~2016시즌을 제외하면 외국인선수 농사에 실패한 적도 없었다. 에반 페이텍(미국), 네맥 마틴(슬로바키아), 산체스,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의 4명은 성공작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챔피언 결정전 왕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기원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2016~2017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챔프전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 챔프전 우승에 목말라있던 대한항공 입장에선 분명 아쉬운 결과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2016~2017 정규시즌 우승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팀의 체질개선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한항공은 선후배간 위계질서가 엄격한 팀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프로 경력이 짧은 선수가 실수를 저지르면 선배들의 눈총이 무서워 플레이가 크게 위축됐다.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다.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지만, 멘탈(정신력)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보면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분석이다. 박 감독이 과감하게 숙소 생활을 폐지하고 선수들이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반대급부는 늘어난 훈련량이었다. 선수들은 이 시스템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8월 중국 상하이 전지훈련은 체질개선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대한항공이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과정이었다.



● 풍족한 양 날개, 최고의 무기

2016~2017시즌과 견줘 선수단 변동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구단 관계자도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 쪽으로 작용해야 할 텐데”라고 밝혔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좋은 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나머지 6개 팀의 분석이 수월해진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 박 감독이 한층 더 다양한 패턴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큰 변화가 없지만, 다른 팀들은 색깔이 많이 변했다. 2016~2017시즌의 전력을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른 팀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한항공 신영수-곽승석-가스파리니(왼쪽부터). 사진제공|KOVO


양 날개는 대한항공의 최대 강점이다. 일단 초호화 레프트진이 건재하다. 신영수-김학민-곽승석-정지석의 4명 중 누가 주전으로 나서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곽승석과 정지석의 리시브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신영수와 김학민은 라이트로 뛰어도 무방할 정도로 공격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이들 모두 후위공격에 가담할 수 있어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기에도 좋다. 2시즌째 대한항공과 함께하는 가스파리니는 2016~2017시즌의 파괴력을 유지한다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공격 옵션이다. 국내 최고의 세터로 꼽히는 한선수는 이들의 공격을 살려줄 키플레이어다. 성장세가 빠른 백업 세터 황승빈은 한선수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카드다. 박 감독은 “올 시즌에는 더 빠른 공격을 시도하려 한다”며 “세터 자원이 괜찮은 편인데, 한선수와 황승빈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 센터와 리베로, 십시일반이 필요해!

양 날개와 달리 센터와 리베로에 대한 고민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센터진은 기존의 최석기-진상헌-진성태-김철홍에 조재영-천종범이 가세했다. 2016~2017시즌까지 세터였던 조재영은 올 시즌부터 센터로 변신했고, KOVO컵 2경기에서 13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2m10㎝의 장신 천종범은 OK저축은행에서 자유계약신분으로 풀린 뒤 대한항공의 부름을 받았다. 베테랑 김형우(FA 미계약)가 떠난 자리를 이들이 잘 메워주길 바라야 한다.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현대캐피탈)처럼 특출한 선수가 없는 약점을 십시일반으로 메워야 한다. 2~3인 블로킹의 경우 팔 간격과 손 모양, 타이밍 등이 완벽하게 맞아야 하기에 팀플레이가 매우 중요하다.

대한항공 백광현. 스포츠동아DB


리베로는 대한항공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최부식과 김주완이 은퇴한 뒤로는 늘 그랬다. 세계배구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는 박 감독의 배구에서 리베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주전 리베로가 유력한 백광현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현대캐피탈과의 트레이드로 정성현을 영입하고, 한국전력에서 자유신분으로 풀린 라광균을 데려온 것도 수비강화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김동혁의 군입대로 생긴 공백을 이들 두 명이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대한항공의 올 시즌이 좌우될 수 있다. 박 감독은 “백광현과 정성민의 장점을 확실히 살리면서 이원화하는 시스템도 생각하고 있다”며 “올 시즌의 이슈는 서브다. 리시브를 강화하는 포메이션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곽승석과 정지석을 동시에 내보내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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