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미야자키 리포트] ‘혹시 모를’ 민병헌 공백에 대처하는 두산의 자세

입력 2017-1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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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14일 일본 미야자키현 사이토구장. 두산 김태형(50) 감독은 세 개의 배팅케이지에서 프리배팅 훈련 중인 타자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고토 고지 타격 인스트럭터는 동분서주하며 타자들의 자세 교정에 힘썼고, 조경택 코치도 직접 배팅볼을 던지며 독려했다. 최근 3년 연속(2015~2017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강팀으로 거듭난 두산의 마무리캠프 풍경이다.

강팀의 이미지를 굳힌 두산도 고민을 안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프리에이전트(FA) 민병헌의 거취다. 민병헌은 올 시즌 123경기에서 타율 0.304(447타수 136안타), 14홈런, 71타점, 출루율 0.389의 성적을 거뒀고, 최근 4년 연속 규정타석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7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잠실구장의 외야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력도 뛰어나다.

그가 잔류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타 팀으로 이적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민병헌을 대하는 두산의 기본 입장은 ‘오버 페이’는 없다는 것이다. 민병헌 잔류에 대한 굳은 의지를 갖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합리적 투자’라는 구단의 기존 노선은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민병헌. 스포츠동아DB


이번 마무리캠프의 화두는 1군 백업 자원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다. 현역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야수 양종민과 신성현도 그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혹시 모를 민병헌의 공백에 대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김 감독이 조수행과 정진호, 국해성 등 외야 자원을 모두 캠프에 데려온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들 세 명 모두 올 시즌 1군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터라 2018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한층 올라갔다. 특히 민병헌이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이탈한 30일(6월27일~7월26일)간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김 감독은 이들을 두고 “한창 기량이 늘 시기다. 이번 캠프를 통해 확 치고 나가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면서도 민병헌에 대해선 “감독 입장에선 자원이 풍부한 것이 좋지 않겠냐”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두산은 늘 기존 선수가 부상 등으로 이탈하면 누군가가 그 공백을 확실하게 메웠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15시즌이 끝나고도 대체불가로 여겼던 김현수가 빅리그에 진출했지만, 김재환과 박건우가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며 2016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두산이 강팀으로 군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야자키(일본)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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