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NLDS 1차전 선발의 의미

입력 2018-10-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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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에는 ‘우주 최고의 투수’라고 불리는 클레이튼 커쇼가 있다. 그러나 2018년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제1선발은 ‘한국산 괴물’ 류현진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5일·한국시간) 선발로 최근 ‘빅게임 피처’로 인정받은 류현진을 낙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류현진(31)이 1선발로 포스트시즌(PS)에 돌입한다. 2013년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수로는 최초로 PS 선발등판 기록을 쓴 데 이어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3일(한국시간), 이틀 뒤부터 치러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1·2차전 선발로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를 예고했다. 하루 전만 해도 1차전 커쇼~2차전 류현진으로 알려졌으나, 전격적으로 그 순서를 맞바꿨다. 이에 따라 류현진은 5일 오전 9시37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NLDS 1차전에서 애틀랜타 마이크 폴티네비치(27)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우완 폴티네비치는 올 시즌 31경기에서 13승10패, 평균자책점(ERA) 2.85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1선발 기용은 상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1988년 이후 30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다저스의 PS 마운드 운용전략과 연결된다. 핵심은 커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나머지 선발투수들의 활용도를 높이는 차원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부상과 그에 따른 구위저하 때문에 예전만 못한 커쇼를 과거 PS처럼 중용하지는 않으리란 얘기다.


올 시즌 류현진은 사타구니 부상 때문에 3개월 넘게 장기휴업했음에도 불구하고 15경기에서 7승3패, ERA 1.97의 견고한 흐름을 유지했다. 9월 5경기에선 30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30개를 잡아내며 3승2패, ERA 1.50을 올렸다. 특히 지구 우승 여부가 걸린 막판 3경기(19이닝 1실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빅게임 피처’로 인정받았다.

반면 커쇼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당연시됐던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올해는 놓쳤다. 두 차례 부상자명단(DL)에 오른 올 시즌에는 26경기에서 9승5패, ERA 2.73을 찍었다. 2010년(13승10패·ERA 2.91) 이후 최소승수에 최고 ERA다. 직구 평균구속은 91마일(147㎞)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커쇼는 30일 등판했다. 이 순서대로 NLDS 1·2차전에 두 투수를 집어넣는 편이 안정적 휴식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물론 이 또한 커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류현진은 2009년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와 맞붙은 NLDS(1차전 랜디 울프) 이후 처음으로 커쇼가 아닌 투수로 PS 1선발을 맡게 됐다. 류현진은 2013~2014년 PS 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승, ERA 2.81을 기록했다.

PS 1선발은 여차하면 사흘만 쉬고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우주최강’이라는 찬사까지 받던 커쇼에게 다저스는 지난해까지 이 역할을 고민 없이 맡겼다. 그러나 류현진과 더불어 리치 힐(11승5패·ERA 3.66), 워커 뷸러(8승5패·ERA 2.62)의 최근 호투가 더욱 믿음직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뷸러는 ‘오른손 커쇼’로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공을 던진다(직구 평균구속 155㎞). 류현진의 1선발 기용은 우연이 아닌 필연의 산물인지 모른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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