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전북의 조기 우승과 독주를 막아야 할 경쟁자들

입력 2018-10-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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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조기 우승 확정은 과연 언제쯤일까.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전북의 고공질주는 리그 흥행 차원에서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전북 선수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의 우승은 사실상 전북 현대로 결정됐다. 31라운드를 마친 4일 현재 승점 73으로 압도적인 1위다. 남은 경기수는 7경기다. 2위 경남(55점)과 승점차는 18점이다. 따라서 승점 4만 더 보태면 자력 우승이다. 2경기 남은 스플릿라운드 이전 우승도 가능하다. 이는 K리그 사상 첫 도전이다. 수치상으론 5경기 남긴 조기 우승 가능성이 높지만 추격하는 경남의 결과에 따라서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이처럼 조기 우승팀은 해당 시즌의 절대강자를 의미한다. 역대 사례를 통해 K리그 절대 강자의 계보를 살펴보자.

올해로 36년째인 K리그에서 지난해까지 우승을 맛본 팀은 총 9팀이다. 성남이 7회로 최다다. 서울(6회)을 비롯해 포항, 전북(이상 5회) 수원, 부산(이상 4회) 울산(2회) 제주, 할렐루야(이상 1회) 등도 축배를 들었다. 이번에 전북이 우승하면 6회가 된다.

역대 가장 빠른 조기 우승은 1991년 부산 대우와 2003년 성남 일화다. 모두 6경기를 남기고 1위를 확정했다. 이는 전기와 후기로 나뉜 시즌(7회)을 제외했고, 플레이오프(PO)가 있는 시즌의 경우 정규리그 1위 확정을 기준으로 했다.

부산은 1991년 9월 28일 성남을 상대로 득점 없이 비기면서 34경기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987년 이후 4년만의 정상탈환이다. 당시는 단일리그(40경기)이고, 90분 승점이 2점이었다.

성남도 2003년 10월 26일 포항을 맞아 샤샤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기며 38경기만에 조기 우승했다. 1993~1995년에 이어 또 다시 K리그 3연패(2001~2003년)를 완성한 시즌이다. 당시는 단일리그(44경기)이고, 90분 승점은 3점이었다. 이로써 두 차례나 3연패를 한 성남은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 됐다. 하지만 지역 연고나 기반 시설, 유소년 육성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탓에 명문구단이라고 평가하는 축구인들은 많지 않았다.

1998~1999년은 수원 삼성의 전성기였다. 특히 1999년엔 정규리그 27경기 중 5경기를 남긴 22경기째 우승을 확정했다. 황금기를 누린 수원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매번 대회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그동안 단일리그~전·후기 및 챔피언결정전~단일리그 및 4강 PO 등으로 변했다. 특히 2003년 성남이 두 번째 3연패를 달성하자 이듬해부터 전·후기리그 및 4강 PO로 바뀌었고, 2006년 성남이 통산 7번째 우승하자 이번엔 단일리그 및 6강 PO로 옷을 갈아입었다.

대회 방식이 자꾸 바뀐다는 건 행정적으로 갈피를 못 잡았다는 방증이다. 단순히 독주하는 구단을 견제하기 위해, 또는 자기 구단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기적인 모습이 투영된다. K리그는 2012년 단일리그 및 스플릿라운드를 도입하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대회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제도 아래서 2012년 서울, 2014년 전북이 나란히 3경기 남겨두고 1위를 확정했다. 2016년엔 전북이 1위를 하고도 심판 금품수수 때문에 승점 9가 감점되면서 서울이 우승했다.

리그 1~2위의 최종 승점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해는 2003년 성남과 울산의 18점이다. 이어 2012년 서울과 전북의 17점, 2014년 전북과 수원의 14점, 1999년 수원과 부산의 12점 등이다. 올해 전북은 최다 승점차 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이 높다. 1~2위의 최종 승점이 같았던 해는 2008년 딱 한번이었는데, 골득실차에서 수원(+22)이 서울(+19)을 따돌렸다.

스플릿체제가 도입되기 이전 모든 팀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승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우승은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상위 스플릿, 1부 잔류 및 승격 등 다양한 목표를 두고 팀을 운영한다. 어느 팀이 조기 우승을 하더라도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승 다툼만큼 재미난 관전 포인트는 없다. K리그 최강의 팀을 가리는 데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10년간 전북이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는 건 그 자체로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신 전북의 경쟁자인 수원이나 서울, 울산, 포항 등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독주를 내버려 둬선 안 된다. 투자를 통해 전북을 견제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해야 K리그도 발전한다. 경쟁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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