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KBO리그 두 번째 ‘미국 출신’ 사령탑이다. 첫 번째였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가을무대에서 정규시즌과 똑같은 운영 방식으로 연이어 실패를 맛봤던 것과 달리, 힐만 감독은 단기전에서도 변화무쌍한 전략을 펼쳐 순항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8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이겨 2승을 먼저 챙긴 뒤 왼손을 들어 ‘수화’로 ‘사랑합니다’를 표현한 힐만 감독. 스포츠동아DB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한때 ‘구도’ 부산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단기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였다. KBO 역사상 첫 번째 미국인 감독이었던 그는 메이저리그(ML) 출신이라 그런지 한국 특유의 계단식 포스트시즌(PS)에 절대 약점을 보였다.
SK 와이번스가 2017시즌을 앞두고 미국인 감독을 영입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장 단기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트레이 힐만 감독은 다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 1회·준우승 1회를 이끈 경력,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과 LA 다저스 벤치 코치를 지내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2018 KBO리그 PS 플레이오프(PO)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선수로서는 ML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감독으로는 일본에 이어 빅리그에서도 인정받은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선수시절 빅리그에서 16시즌 동안 1428경기를 뛰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건실했고, 성공한 야구선수였다. 그러나 2008년 롯데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 지도자 경력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다. 빅리그 지휘봉은 2002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임시직으로 맡은 것이 전부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8년 3위, 2009~2010년 4위로 롯데를 3년 연속 PS에 진출시켰다. ‘8888577’(이전 7년간 롯데 순위)로 표현되는 암흑기를 끝내고 부산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했다.그러나 로이스터는 단기전에서 시즌 베스트라인업을 고집했다. 당시 로이스터와 함께 했던 한 코치는 30일, “단기전은 수비가 뛰어난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건의를 감독이 묵살했다”며 “모 코치가 ‘KBO는 눈썰미 좋은 배터리 코치가 상대 사인을 금세 알아낸다. 감독이 3루 코치에게 주는 사인도 경기중에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고 기억했다.
2008년 롯데는 준PO에서 4위 삼성에게 3연패를 당하며 탈락했고, 이듬해 준PO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먼저 1승을 거뒀지만 3연패로 다시 물러났다. 2010년에는 다시 두산을 만나 2승 뒤 3연패라는 처참한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로이스터는 타격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진 중심타자를 고집스럽게 밀어 붙였고 경기 중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 등 교체도 즐겨하지 않았다.
반면 힐만 감독은 로이스터와 전혀 다른 모습을 PS에서 보여주고 있다. 엔트리 결정부터 파격이었다. 올해 1군에 단 14경기만 뛴 박정권의 커리어를 보고 PO엔트리에 낙점했다. 4차전 선발 예정인 문승원이 PS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 1차전에서 불펜으로 투입했다. 강속구 투수 앙헬 산체스의 선발 카드에 미련을 보이지 않고 불펜으로 활용하며 팀의 큰 약점을 지웠다. 2차전에서 먼저 선취점을 뺏기자 3회말 곧장 번트 작전으로 동점을 뽑아냈다. 박경완 배터리 코치를 활용한 상대 타자 분석도 매섭다.
단기전은 고급야구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감독의 역량이 그라운드에 그대로 나타난다. 힐만 감독은 로이스터 전 감독과는 전혀 다른 색깔로 역대 외국인 감독 최고 성적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고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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