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라루사에게 배운 토털 야구, 서튼 롯데 감독 엔트리론

입력 2021-05-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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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서튼 감독(오른쪽)은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SSG와 첫 시리즈에서 비록 1승2패로 루징하긴 했지만 자신이 가야할 방향성만큼은 확실히 제시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야수들은 최대한 경기에 내보낸다. 백업들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 불과 한 시리즈를 치렀을 뿐이지만,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51)의 ‘토털 야구’ 철학은 확실히 드러났다.

롯데는 11일 사직 SSG 랜더스전에 앞서 허문회 감독 퇴진과 서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감독을 경질한 뒤 “향후 팬들의 바람과 우려를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겸허히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앞으로 재미있는 야구와 근성 있는 플레이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이기고자 하는 야망이 정말 크다. 그와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인내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2패 후 1승, 루징시리즈였지만 SSG 3연전에서 변화는 확실히 감지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야수진 운용이었다. 3경기 모두 같은 타순, 같은 포지션에 기용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신용수가 3경기 전부 9번타순을 소화했지만 포지션은 중견수, 3루수, 좌익수로 달랐다. 8번타순을 포수에게 전담했는데 김준태와 지시완이 역할을 나눠가졌다. 서튼 감독이 타순의 핵심으로 꼽은 1~4번 자리에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선 이도 없었다. 서튼 감독은 “지금은 선수들을 체크하는 과정이다. 역할을 어느 정도 결정하면 고정적으로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롯데 서튼 감독(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휴식을 준 선수는 가급적 쉬게 한다. 12일 정훈과 한동희를 컨디션 관리차 선발 제외했다. 주전급 선수들의 해결 능력이 필요한 클러치 상황이 있었지만 이들은 끝까지 벤치에 머물렀다. 서튼 감독은 “몸 상태는 대타가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핵심 주전 선수들은 한 달 반 동안 매일 경기했다”며 “육체적인 피로감보다 멘탈적인 피로가 더 심했다. 재정비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3일 김준태를 쉬게 한 결정에 대해서도 “김준태는 스파르타 전사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싸운다. 다만 지금은 지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벤치는 요란했다. 사전 휴식자들을 제외한 야수들 대부분 한번씩 그라운드를 밟았다. 11일엔 포수 강태율과 내야수 오윤석을 제외한 11명이 출장했다. 12일엔 선발 제외한 정훈과 한동희 제외 12명, 13일에는 포수 김준태와 내야수 이병규 제외 12명이 투입됐다. 서튼 감독은 “현역 시절 토니 라루사 감독에게 스코어 상황 상관없이 벤치 멤버들을 가급적 대타로 기용하는 모습을 봤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튼 감독은 2000년부터 2년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며 라루사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앞서든 뒤지든 스코어가 크게 나는 상황, 주전들을 라인업에 그대로 둬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많지 않다. 2군에서 한껏 감이 오른 선수들은 한두 타석이라도 소화해 그 컨디션을 이어가야 벤치의 활용폭이 넓어진다. 서튼 감독은 첫 승 후 “무엇보다 방향성 잘 설정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3연전의 토털 야구는 서튼호가 나아갈 방향성의 요약본이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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