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차범근~최순호~이동국~손흥민, 다음은 정상빈?

입력 2021-05-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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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선수들은 이미 10대 때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됐고, 선배와 주전경쟁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른바 세대교체의 주역이자 축구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은 고려대 1학년이던 1972년 4월 대표팀에 승선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18세 319일). ‘최고의 테크니션’ 최순호도 실업팀 포항제철에 갓 입단한 1980년 5월 A대표팀에 뽑혔다(18세 134일).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도 고교를 졸업하고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1998년 4월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19세 1일). ‘월드 클래스’ 손흥민(토트넘)도 함부르크(독일) 입단 첫 해인 2010년 12월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18세 152일).

천재성을 보이는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 가능성을 펼쳐 보일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한국축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걸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차범근은 첫 대표팀 발탁에 대해 “그 감동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태극마크는 어린 선수에겐 꿈과 희망이다. 또 조국의 부름을 받는다는 건 큰 영광이다.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 어느 때보다 청소년기 성장이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선수 선발에 있어 굉장히 보수적이다. 주관이 확고하다보니 확인된 선수만 고집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 그가 처음 천재성을 인정한 케이스가 이강인(발렌시아)이다. 발렌시아(스페인) 1군에 올라 주가를 높이던 2019년 3월 처음 발탁했다(18세 20일). 이강인은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자신감으로 그 해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의 준우승과 함께 골든 볼(MVP)까지 수상했다.

벤투 감독이 또 한명의 10대를 점찍었다. 2002년생 정상빈(19·수원 삼성)이다.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발표된 소집명단(28명)에서 정상빈은 유일한 10대다(19세 53일).

정상빈은 올 시즌 등장한 대형 신인이다.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는 물론이고 K리그 최고 스타를 노릴만한 재목감이다. 1998년 월드컵 이후 선풍을 일으킨 안정환-고종수-이동국의 트로이카, 2005년 박주영, 2007년 쌍용(기성용·이청용)처럼 리그 흥행을 주도할만한 잠재력과 상품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매탄고 출신 ‘매탄소년단’의 핵심 멤버인 정상빈은 올 시즌 13경기 출전 4골·1도움을 기록했다. 4골은 전북 현대,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FC서울을 상대로 뽑았다. 주워 먹는 골은 없었다. 모두가 특유의 골 감각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우선 누구를 만나든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 돋보인다. 과감한 드리블과 슈팅, 스피드는 타고났다. 몸싸움도 즐긴다. 공간 확보도 능하다. 슈팅 타이밍도 절묘하다. 게다가 팀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안다. 또 ‘음바페 세리머니’를 할 만큼 개성도 넘친다. 여러모로 ‘물건’이다.

벤투 감독은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상빈에 대해 “상당히 빠르고 움직임이 좋다. 투 톱에서 매우 잘 한다. 우리도 투 톱을 쓸 수 있어 뽑았다. 어리지만 전술적인 이해도가 좋다. 부지런하고 수비 전환도 잘 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첫 시험대는 주전경쟁이다. 황의조(보르도) 김신욱(상하이 선화) 등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거기서 살아남아야한다. 그 과정에서 또 한번 성장할 것이다. 첫 A매치 출전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최근 일본에 치욕을 당하며 풀이 죽은 한국축구가 ‘젊은 피’ 정상빈의 가세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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