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여기는 도쿄] ‘투혼의 동메달’ 안창림, 그는 몰라보게 단단해졌다

입력 2021-07-26 2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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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국가대표 안창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안창림(27·필룩스)에게 2020도쿄올림픽은 위대한 도전이었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그는 쓰쿠바대학교 유도부 시절 감독으로부터 귀화를 제의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그 제안을 뿌리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국가대표가 됐다. 한국에 온 지 9개월만이었다.

안창림은 이후 꾸준히 한국유도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아스타나) 동메달, 제주 그랜드슬램대회 금메달로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그만큼 커진 주변의 기대는 아쉽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16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에 바칠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그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바쿠)에서 우승하고 나서야 비로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안창림은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73㎏급 경기를 치르기 위해 일본유도의 성지인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의 매트에 올랐다. 스스로도 “일본에서 유도를 하면서도 이곳에서 경기를 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고 한,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이 무대에서 안창림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동메달로 장식했다.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결과였다. 이날 32강전부터 준결승까지 잇달아 골든스코어(승부)까지 가는 진땀승부를 펼쳤다. 지도 3개를 받아 패한 라샤 샤브다투아쉬빌리(조지아)와 4강전에선 그야말로 모든 힘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가 따르지 못했다. 세계랭킹 2위 루스탐 오르조프(아제르바이잔)와 동메달 결정전도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 이유다. 오르조프는 안창림이 이 체급 금메달리스트 오노 쇼헤이(일본)에 버금가는 라이벌로 꼽았을 정도로 힘과 기술이 뛰어난 선수였다.

안창림은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난적 오르조프를 상대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고, 종료 7초 전 완벽한 업어치기 기술을 구사하며 한판승을 거뒀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안창림은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후회는 없다”며 “그동안 1%라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뭐든지 했다. 금메달이 아니기에 결과를 납득할 수 없지만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리우올림픽 이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노력했다. 이제는 단체전을 준비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안창림은 몰라보게 단단해져 있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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