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에 닿지 않았을 뿐이다. 그 누구도 이대훈을 훌륭한 태권도인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선수권과 AG 3회 우승, 그랑프리파이널 5회 우승 등의 기록은 노력 없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특히 한국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해 태권도 경기 규정이 개정될 때마다 이대훈은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감점 제도가 강화돼 방어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지면, 쉴 틈 없이 공격하며 포인트를 쌓는 전략을 세웠다.
패했을 때는 어떤 핑계도 대지 않았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전자 헤드기어가 도입됐을 때도 “전자호구시스템이 적용된 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적응에 실패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불리해졌다”는 말을 극도로 경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뽐내는 선수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대훈이 2016년 세계태권도연맹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경기 매너다. 그는 늘 “태권도를 언급할 때 생각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해왔다. 어떤 무대에서든 승리한 선수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아흐마드 아부가우쉬(요르단)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려준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태권도 자체를 사랑했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그는 은퇴를 선언하며 “잘했을 때의 내 모습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